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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umfabrik54

<퍼블릭 에너미> 단평 직역하면 그대로 '공공의 적'이 되는 (2009)는 1930년대 대공황의 불만이 은행강도를 통해 해소되던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공공의 영웅이 국가권력에 의해 어떻게 공공의 적으로 변하는가 하는 정치적 기획에 대해선 일절 건드리지 않는다. 오롯이 남자들의 서사로 극을 이끄는 마이클 만의 방식은 (1995)의 그것에서 맴도는 인상이다. 톰슨 기관총의 타격감은 무겁고, 조니 뎁이 연기하는 존 딜린저는 그의 삶의 방식만큼이나 가볍다. 국가권력을 상징하는 후버와 그의 조직은 FBI와 갱단 사이의 차이가 모호했던 당시를 드러내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언론을 적절히 활용한 후버와, 언론을 통해 스타가 된 딜린저의 대비가 FBI 시카고 지국장 퍼비스(크리스천 베일)보다 더 강한 인상을 풍긴다. 극단적인 클로즈숏.. 2009. 8. 5.
<요시노 이발관> : 마을. 우리의 '비빌 언덕' PD저널 (13) 요시노 이발관 ========================================================================== ‘마을’이란 아무래도 고즈넉한 것이다. 개울엔 맑은 물이 졸졸 흐르고, 집들은 옆집을 내리누를 만큼 높지 않아 여기가 다툼 없는 공간임을 암시한다. 아이들은 한없이 착하고, 어른들은 전통이 안정감 있게 유지된다는 자긍심에 늘 뿌듯한 공동체. 하지만 이 고요한 안정감은 한 소년의 전학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전학생은 마을 아이들의 머리대로는 도저히 못 자르겠다고 선언해버린다. 마을에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이란 다름 아닌, 아이들의 동그란 바가지 머리였기 때문이다. (2006)의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는 (2004)을 통해 일본의 작은 시골마을을 .. 2009. 7. 29.
<잘 알지도 못하면서> : 만국의 찌질이들이여, 아는 것만 말할지어다 송고본. 지난 잡감과는 조금 다른 내용. ===================================================================================== 영화 속 제천과 제주도는 퍽 예뻤다. 물비린내가 곧잘 올라올 것 같은 제천은, 그러나 구경남(김태우)에겐 아름답지만 낯설고 불편하다. (2009)는 두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구경남이 제천의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에피소드와 제주도에서 영화강의를 할 때의 에피소드는 홍상수 스스로 말했듯이 두 개의 다른 공간임에도 서로 비슷한 해프닝으로 엮인다. 그 중심엔 구경꾼, 구경남이 있다. 유순한 외모에 나름 인지도 있는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 그가 갖고 있는 무기는 이게 전부다. 칼럼니스트 김현진은 연애시장이라는.. 2009. 7. 16.
잡감 : <잘 알지도 못하면서> 0. PD저널 원고를 방금 보냈고, 200자 원고지 7매만으로는 다 하지 못한 이야기는 여기에. 1. 우선 불평부터 : 이런 영화를 겨우 원고지 7장 안에서 다 이야기해야 한다니, 이건 멍청한 짓이야. 게다가 이 영화는 한 번 봐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몇 번이고 봐야할 거 같아. 그런데 중앙시네마는 이미 내렸으니 어디서 본담? 있을 때 한참 봤어야 했는데. 2. 원고엔 전혀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배우는 엄지원이다. 그녀는 영화제 프로그래머 공현희의 속내를 파고들어가 온전히 그녀가 된 것만 같았다.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그녀가 스스로 고른 금자씨 풍의 드레스에서 드러난 배의 곡선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섹슈.. 2009.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