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14 톱니바퀴와 괴물 금요일에는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장》 읽기를, 토요일에는 다이앤 코일의 《톱니바퀴와 괴물》 읽기를 마쳤다. 《어둠의 심장》에 대해서는 오래전 힘겹게 읽었던 프레드릭 제임슨의 《정치적 무의식》 중 콘래드 부분(〈5장. 로맨스와 사물화: 조셉 콘래드에서 플롯 구성과 이데올로기적 봉쇄〉)을 다시 읽고 리뷰를 쓰는 게 좋겠다. 다이앤 코일의 《톱니바퀴와 괴물》(김홍옥 옮김, 에코리브르, 2023)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충격 속에서 예비되고 쓰인 책이다(지은이가 2012년부터 2020년 사이에 했던 강연을 바탕으로 개고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학위를,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지은이는 주류경제학의 세례를 받은 경제학자로.. 2024. 8. 18. 계획경제 뒤에는 수리경제학이 있었다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2016.04.21) 계획경제 뒤에는 수리경제학이 있었다 수리경제학파의 성장과 소련 경제학계의 변화 1980년대 말 현실 사회주의 국가의 해체 이후로 사회 체제로서의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와의 체제 경쟁에서 패배한, 억압적인데다 낙후되기까지 한 시스템으로 인식되곤 한다. 현실 사회주의의 대표적인 생산과 분배 원리인 계획경제 역시 비슷한 평가를 받았다. 누구나 계획경제라고 하면 ‘정부가 통제하는 경제’, ‘정해진 할당량을 완수해야만 하는 경직된 생산 시스템’ 따위의 정의를 떠올릴 것이다. 특히 서구의 주류 경제학자들은 구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의 계획경제가 모든 정보를 당이 통제하려고 함에 따라 불가피한 실패를 맞이했다고 보았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시장이야말로 효율적인 생.. 2016. 6. 16. 공유의 비극을 넘어 재작년 가을, 엘리너 오스트롬의 사이언스 기고문을 번역한 적이 있다. 언론이 여성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학자라며 호들갑을 떨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녀의 작업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경제학과를 복수전공하던 나는 노벨 경제학상이라는 이벤트에서 여성이, 그것도 경제 거버넌스economic governance라는 특이한 개념을 제시한 학자(심지어는 정치학자다!)가 교수들의 하마평에 오르내리지 않는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 커다란 '사건'에 대해 왜 한 마디도 하지 않지? 그때 마침 우석훈 박사가 칼럼을 하나 썼다(우석훈, ). 학자 그룹에서는 우석훈 박사가 워낙 마이너니까 칼럼이 올라와도 그냥 그려려니 하고 넘길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좀 이상했다. 의구심을 품은 .. 2011. 2. 18. 거대한 전환 처음 『거대한 전환』(칼 폴라니, 홍기빈 옮김 / 길, 2009)을 이야기했을 때가 작년 3월이다. 을 통해 김대호 씨를 비판했을 때, 『거대한 전환』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를 읽으면서 폴라니 사상을 개략적으로 잡아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거대한 전환』을 읽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버렸다. 사실 칼 폴라니(1886-1964)의 자본주의 비판은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자본주의 (생산·유통·소비) 체제는 허구이고, 가격를 매개로 해 스스로 조절하는 시장(자기조정 시장)은 유토피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생산요소인 노동, 토지, 자본은 원래 상품이 아닌 인간, 자연, 생산 조직을 억지로 상품화한 결과이기 때문이다(상품 허구.. 2010. 11. 12.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