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 & Think223 뇌 없이도 생각할 수 있는가 “식물이 이처럼 다른 식물뿐 아니라 다른 종들과도 교류한다면 식물의 몸 안에서도 ‘생각’이 이루어지는 복잡한 과정과 비슷한 방식으로 어떠한 소통이 일어날 거라고 추측하는 것이 과연 지나친 상상일까?” (63쪽) 파코 칼보의 (하인해 옮김, 휴머니스트, 2025)는 식물에도 지능이 있을 수 있으며, 지능 또는 지성이 생물의 위계서열을 결정하는 자리에 놓일 수 없음을 신중하게, 그러면서도 강력하게 주장하는 책이다. ‘식물지능’이라고 하면 어쩐지 사이비 같다는 인상을 받기 쉬운데, 지은이는 최대한 과학적으로 접근함으로써(다시 말해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재현하며 논문을 쓰고 토론에 참여함으로써) 검증의 기나긴 길을 감당하려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책은 “1부. 지능의 관점으로 다시 보는 식물”, “2부. .. 2025. 5. 25.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의 는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겪고 있는 위기를 면밀하게 진단한 책이다. 바버라 F. 월터의 와 같이 읽으면 좀 더 깊이 있는 독서가 가능하겠다. 두 책 모두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습격을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 신호(그것도 아주 위험한 신호)로 읽는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책의 원제인 은 ‘다수의 폭정(Tyranny of the Majority)’을 경고한 알렉시 드 토크빌과 존 스튜어트 밀 등의 주장을 뒤집어, 다인종 민주주의 실험을 방해하는 정치적 소수의 지배를 신랄하게 표현한 것이다. 지은이인 레비츠키와 지블랫은 각각 라틴아메리카와 유럽의 정치 변동을 연구하는 정치학자들이다. 미국 안으로 1787년 필라델피아 제헌회의부터 2020년대 바이든 행정.. 2025. 5. 24. 전쟁의 유령 조너선 해슬럼의 (우동현 옮김, 아르테(북이십일), 2024)은 부제대로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을 국제 공산주의 운동의 기지였던 코민테른(Comintern, Communist International)에서,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코민테른에 대한 제국주의 국가들(특히 영국)의 대응에서 찾는 책이다. 지은이는 소련 외교사와 국제관계사의 전문가로서, 제1차 세계대전(1914~1918)과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사이, 이른바 ‘전간기(interwar period)’라 불리는 1920~1930년대를 냉정한 시선으로 살핀다. 그가 보기에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 제국주의 국가의 지배계급은 1917년 러시아 혁명과 뒤이어 탄생한 신생국 소련이 자신들을 크게 위협한다고 느꼈고, 그로부터 비롯한 적대감과 혐.. 2024. 12. 24. 방법서설 르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이재훈 옮김, 휴머니스트, 2024)은 잘 알려져 있듯이 근대 철학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막상 읽어보니 명성에 비해 너무나 소박한 ‘에세이’라는 점이, 또한 ‘생각나는 나’의 존재만은 의심할 수 없다는 명제가 무척 단순 명쾌하게 서술되고 있다는 점이 새삼 흥미로웠다. 《방법서설》은 1637년 익명으로 출간된 《굴절광학》, 《기상학》, 《기하학》의 서문으로 쓰였다. 즉 일종의 방법론 소개인 셈으로, 데카르트가 자신의 연구 방향을 독자들에게 나름 친근하게(현대의 우리말 독자들에게는 해설이 없다면 충격과 공포이지만.) 설명하려고 프랑스어로 쓴 글이다. 책을 읽다 보면 원제에 해당하는 “이성을 잘 인도하고 학문에서 진리를 찾기 위한 방법서설”(휴머니스트판은 원제 전체를 제.. 2024. 10. 12. 이전 1 2 3 4 ··· 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