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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26

지성사란 무엇인가? 리처드 왓모어의 (이우창 옮김, 오월의봄, 2020)은 지성사(intellectual history)를 케임브리지 학파의 언어맥락주의적 접근을 중심으로 개괄하는 입문서다. 언어맥락주의(linguistic contextualism)는 거칠게 말해, 특정 사상가의 사유를 역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저작이 어떤 의도와 맥락에서 쓰였는지를 동시대의 논쟁을 비롯해 담론/사상의 지적 계보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J. G. A. 포콕과 퀜틴 스키너, 이슈트반 혼트 등이 대표하는 케임브리지 학파의 작업은 (프레드릭 제임슨 식으로 말하자면) 1960~80년대 역사학의 '노동분업'의 주요 사례다. 이들은 이른바 '정치사상', 특히 17~18세기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에 집중한다(얼핏 .. 2022. 6. 13.
만주 모던: 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 한석정의 『만주 모던: 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문학과지성사, 2016)은 제목과 부제 그대로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을 만주국 경험에서 찾는다. 식민주의의 다면성을 탐색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다. 하지만 저항과 타협의 이분법을 넘어선다는 기획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중간 엘리트 내지 준엘리트의 만주국 경험을 지나치게 강조하고(박정희를 비롯한 만주국군 출신들의 영향력 등), 30~40년대 만주-60~70년대 남한-00~10년대 남한의 발전을 너무 쉽게 연결하고 있어 논의가 종종 비약한다(단적으로 이른바 'K-POP'의 수출과 한국 영화 발전을 만주국 경험에서 이어진 것으로 서술하는 것 등). 이 책에서 주로 지적할 부분은 1. 한국 개발 체제의 형성에 있어 '지도층'의 영향력을 강조하는 top.. 2018. 7. 1.
역사의 역사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돌베개, 2018)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제5장. 역사를 비껴간 마르크스의 역사법칙」 장도비라 뒤의 사진이다. 각 장들은 그 장에서 해설하는 역사책의 펼침 사진으로 시작하는데, 5장에서 주로 다루는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은 페이지가 비어 있다. 저자 혹은 편집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여러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어 있지만, 저자는 독일어 원전을 읽고 인용했다. 새로운 번역과 독자를 기다리며 비어 있는 책을 펼쳐 놓는다(146쪽)." 그 사진은 더 이상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지만 세계(사)를 이해하는 방법으로서, 일종의 세계관으로서 마르크스(주의)를 받아들였던 이의 마르크스를 향한 감정을 가늠해보게 만든다. "역사를 비껴간"이라는 장 제목의 구절처럼 유시.. 2018. 6. 25.
탄핵 정국 한가운데 놓인 고양이 방울, 개헌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12.19) 탄핵 정국 한가운데 놓인 고양이 방울, 개헌 대통령 임기를 둘러싼 논쟁을 통해 개헌의 정치적 의미를 살피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들어갔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듣는 요즘이다. 그러면서 개헌을 둘러싼 새누리당 비박계와 이른바 ‘잠룡들’의 입장 또한 함께 거론되고 있다. 단적으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박근혜 게이트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의원내각제 개헌의 시급함을 강조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대통령 임기를 비롯한 개헌을 지금 시점에서 논의하는 것은 개헌을 정략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며 비판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JTBC의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로 국정농단 의혹이 본격화되기 전에 개헌 카드를 꺼내.. 2017.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