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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umfabrik

<퍼블릭 에너미> 단평

by parallax view 2009. 8. 5.
직역하면 그대로 '공공의 적'이 되는 <퍼블릭 에너미>(2009)는 1930년대 대공황의 불만이 은행강도를 통해 해소되던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공공의 영웅이 국가권력에 의해 어떻게 공공의 적으로 변하는가 하는 정치적 기획에 대해선 일절 건드리지 않는다. 오롯이 남자들의 서사로 극을 이끄는 마이클 만의 방식은 <히트>(1995)의 그것에서 맴도는 인상이다. 톰슨 기관총의 타격감은 무겁고, 조니 뎁이 연기하는 존 딜린저는 그의 삶의 방식만큼이나 가볍다. 국가권력을 상징하는 후버와 그의 조직은 FBI와 갱단 사이의 차이가 모호했던 당시를 드러내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언론을 적절히 활용한 후버와, 언론을 통해 스타가 된 딜린저의 대비가 FBI 시카고 지국장 퍼비스(크리스천 베일)보다 더 강한 인상을 풍긴다. 극단적인 클로즈숏과 비디오 카메라워킹이 영상의 일관성면에서 다소 튀는 감이 있다. 딜린저 스스로도 그렇고, 딜린저와 당대에 대한 낭만이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 작품이야말로 노인을 위한 영화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