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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umfabrik54

<셜록 홈즈> 가이 리치의 (2009)는 (2008)의 불량스러움을 홈즈의 캐릭터에 들이붓고 자본의 힘으로 쌔끈하게 다듬어낸 물건이다(난 아직도 (1998)을 못 봤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하는 홈즈는 여전히 양키 같지만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를 온 몸으로 드러내고, 주드 로의 왓슨은 똑부러지는 발음과 수트가 잘 어울리는 몸이 서로 찰싹 달라붙어 좀체 뗄레야 뗄 수 없다. 둘 다 몸의 승리다. 액션성이 부각되긴 했어도 그것도 홈즈의 일부라고 생각하니 서서히 수긍이 간다. 레이첼 맥아담스의 아이린은, 좀 더 캐릭터의 교묘함을 살려도 좋았을 것을. 원작도, 홈즈의 수많은 변주들도 잘 모르는 관계로 감히 과거의 이미지들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가이 리치의 홈즈는 셜록 홈즈의 수많은 조각상 중에서 제법 높은.. 2010. 1. 8.
<파주> : 가장 두려운 것, 익숙함 * 스포일러 있음.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km'라는 이정비(里程碑)를 보았다. 그것은 옛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길가의 잡초 속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내 뒷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시작된 대화를 나는 들었다. "앞으로 십 킬로 남았군요." "예, 한 삼십 분 후엔 도착할 겁니다." 그들은 농사관계의 시찰원들인 듯 했다. ..."무진엔 명산물이……뭐 별로 없지요?" 그들은 대화를 계속하고 있었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김승옥, ) 영화 (2009)를 설명할 때 으레 따라오는 것은 김승옥의 소설 이다. 가상의 공간 무진과 마찬가지로 영화 속 파주 또한 안개의 도시다. 속에 품고 있는 것을 감춤으.. 2009. 11. 27.
<디스트릭트9> : '디스트릭트9'은 어디에나 있다 PD저널 지금이 확실히 인터넷 시대라는 걸 체감할 때 중 하나는 관심 있는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가 이미 인터넷에 좍 깔려있을 때다. 피터 잭슨이 제작에 참여한 탓에 유명세를 탄 (2009)이 아직 개봉도 하지 않았을 때에도, 감독 닐 블롬캄프의 단편영화 는 유튜브에 공개되어 관객들의 호기심을 무럭무럭 키워주었다. 닐 블롬캄프는 남아공 출신의, 올해로 만 서른 살 된 젊은 감독이다. 감각적인 스타일을 가진 여느 감독들처럼 그 역시 CF와 뮤직비디오를 찍으며 데뷔를 했다. 은 감독의 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만화 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농구만화 단편을 통해 데뷔하고, 그 단편들을 잇고 이야기에 살을 붙여 장편으로 대히트를 쳤듯이, 블롬캄프도 비슷한 길을 걷는다. 1982년. 우주선이 남아프리카공화국.. 2009. 10. 16.
시나리오네트워크 PD저널에 보내려 했지만, 이런 이야기는 역시 블로그가 더 나은 거 같다. ==================================================================================== 이 글은 잠깐 내가 맴돌았던 모처에 대한 이야기다. 별로 유명하지도 않았고, 이젠 거의 잊혀졌을 것이다. 가을도 됐으니까, 좀 과거를 추억해도 될 것 같다. 2000년. 고 3. 남들은 교실에 처박혀 시루 속의 콩나물이 되어가는 동안, 나는 논술반이라는 이유로 이 학교 저 학교에서 열리는 논술대회며 백일장엘 다니며 놀았다. 당연히 별반 소득은 없었다. 날라리도 될 수 없고 모범생도 될 수 없는 딱 어중간한 나에게 논술반은 적당히 현실을 외면할 좋은 구실이었다. 인문계 학교라곤 여고.. 2009.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