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13 러시아 혁명사 강의 박노자는 『러시아 혁명사 강의』(나무연필, 2017)에서 현실 사회주의를 ‘적색 개발주의’라고 바꿔 부른다. 그가 보기에 구소련과 러시아 혁명의 영향을 받은 사회주의 국가들(중국, 북한 등)은 민주주의를 배제했다는 점에서 사회주의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또한 혁명을 통해 만들어진 나라였기에 민중 친화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 박노자는 (아마 그가 청년기를 보냈을) 전성기의 소련을 부족하게나마 일찌감치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시스템을 갖췄고 소비재가 부족한 대신 문화적인 토양을 풍부하게 갖춘 나라로 회상한다. ‘속삭이는 사람들’이 사는 ‘전체주의 국가’라는 그림과는 또 다른 측면일 텐데, 박노자도 잘 서술했듯이 성장과 폭력이 등치되었던 스탈린 집권 이후의 사회주의 국가는 이렇게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었던 .. 2017. 10. 29. 신자유주의의 좌파적 기원 『신자유주의의 좌파적 기원 : 냉전시대 경제학 교류의 숨겨진 역사』(글항아리, 2015) 조하나 보크만의 『신자유주의의 좌파적 기원』은 신자유주의의 핵심적인 경제이론으로 알려진, 오늘날 주류경제학을 구성하고 있는 신고전파 경제학을 신자유주의와 분리하는 도발적인 시도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자원의 생산과 배분에 관한 학문이며,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있어 경쟁적 시장과 중앙계획은 사실상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있으므로 신고전파 경제학은 항상 이미 '사회주의'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녀는 현실 사회주의 경제모델을 스탈린주의-국가사회주의에서만 찾는 관점을 협소하다고 비판하는 동시에,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의 권위주의 또한 국가사회주의적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동유럽의 신고전파 .. 2015. 3. 15. 사회주의 최초의 비극에 대하여 당대의 비평가들은 대숙청 시기의 음울함을 따라 플라토노프의 글이 비관적이고 반동적이라고까지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 정도의 낙관성조차 보이지 못하는 오늘날에 비하자면 백 배는 긍정적이다. 그러니까 변증법을 잊지 말자. ================================================================ [편집자] 안드레이 플라토노프가 서른다섯 살이던 1934년은 그의 생애에서 분수령이 되는 해였다. 그는 『코틀로반(구덩이)』과 『체벤구르』―이 두 소설이 오늘날 가장 유명하다―를 이미 썼지만 온전하게 발표된 작품이 하나도 없었다. 대다수의 소련 독자들은 플라토노프를 단편 몇 편을 쓴 작가로 기억했다. 더구나 집단화(collectivization)를 풍자한 「미래의 쓸모를 위하여.. 2013. 7. 8. 그린비 인문플랫폼 포스팅 이전 그린비 인문플랫폼 서비스가 아쉽게도 종료된다고 한다. 몇 자 쓰지도 않았지만, 끼적여 놓은 생각의 파편들을 옮겨놓는다. 2012년 1월 18일의 메모 (2012.01.18 오전 01:58) 소련군의 종심전투이론에 대한 포스팅을 읽다가, 종심전투이론의 "지각의 병참학"을 떠올린다(『전쟁과 영화』). 전차와 야포, 항공기와 공수부대 사이의 제병합동전술이라는 개념 수준에 머물러서는 "전격전"에 대한 오해에 그칠 뿐이다. 핵심은 전술과 기계의 앙상블이 생산하는 심리적인 효과이며, 그 효과를 전선의 연속적인 확장으로 기호화-물질화하는 것이다. "전술과 기계의 앙상블"에 대한 노트 (2012.01.21 오전 04:04) 1. 앞서 "전차와 야포, 항공기와 공수부대 사이의 제병합동전술이라는 개념 수준에 머물러서는 ".. 2012. 6. 18.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