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umfabrik54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를 일찌감치 보았지만 한동안은 그와 관련해 누군가 써놓은 글들만 읽어내렸다.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새삼 가 영화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런 당연한 소리를 하는 이유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팬픽션과 캐릭터 굿즈를 통해 자기 복제를 거듭하면서 거대한 설정 놀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 이상 보기가 꺼려지는 프리퀄 3부작이 완결된 지 십여 년 뒤에 개봉된 역시 오리지널 3부작을 그리워하는 팬들을 위한 충실하면서도 적당히 잘 비튼 복제품이었다. 시리즈의 설정 놀이에 일찌감치 물려 가끔씩 유튜브로 게임 트레일러나 소비하던 내게 는 가 여전히 '영화적 경험'일 수 있음을 일깨워줬다. 가 완전히 새로운 영화라거나 잘 만든 영화라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대자본이 투입된 상업 오락영화다. .. 2017. 12. 26. 조금 늦은 전주영화제 관람 영화 단평 4/29(일) W. G. 제발트의 동명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라 했다. 거치대에 놓였을 카메라는 미동 없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는 관광객을 비춘다. '다크 투어리즘'의 원조라 할 만한 이 수용소를 찾아 온 다양한 관광객을 지그시 바라보는 카메라는, 역사의 유령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우슈비츠를 들고 나는 이들을 그렇게 바라만 보았다. 한 테이크가 하나의 시퀀스가 되는 단순한 구조다. 더위에 지쳐 느릿느릿 돌아다니는 관광객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사운드는 통제되어 있었다. 파이프를 탕탕 두들기며 떨어지는 물소리는 테러와 고통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처럼 들린다. 같은 유태인의 시신을 처리하기 위해 선발되고 일이 끝나고 나면 처형당해 열세 번이나 바뀐 존더코만도, 그들 중 13기가 일으킨 1944년의 .. 2017. 5. 4. 환상의 빛 지난 일요일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초기작 을 봤다. 어느 한 장면 허투루 찍은 게 없었다. 회화적이고 정적인 구도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역시나 '90년대 영화'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서는 꾹꾹 눌러 담은 밥처럼 단단히 뭉쳐졌는데, 인물의 정서는 오로지 풍경을 통해서만 밖으로 드러난다. 인물에게 쉽게 곁을 주지 않고 멀리서 관조하는 카메라는 정서를 쉽게 폭로하려 하지 않는 미덕을 고수한다. 물론 친절한 서사를 기대하는 관객에게 그만한 악덕은 없을 것이다. 영화를 보다 문득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실사 영화' 이 떠올랐다. 몇 가지 구도(타이완의 한 도시를 인물과 함께 포착한 신이라던지, 카메라가 골목을 헤매는 인물을 쫓는 신이라던지)가 인상적인 영화였다. 그 영화와 의 차이가 무엇일까 생각해 .. 2016. 7. 12. 아가씨 그리고 곡성 월요일에는 박찬욱 감독의 를 봤고, 화요일에는 나홍진 감독의 을 봤다. 내가 과문한 탓이겠지만 에서는 헐겁지만 예쁜 인형극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류성희 미술감독의 팀은 '박찬욱 월드'의 디테일을 여지없이 보여주지만, 나는 이 스타일로 가득한 영화에서 어떤 해방감도 느낄 수 없었다. 원작의 통속성을 좀 다르게 바꾸고 싶은 욕망은 막연한 희망을 환상적으로 그려 보이는 데 그친다. 그렇지만 적어도 낭독회 씬은 공간을 향한 집요한 탐미주의가 빛을 발할 때다. 문소리와 김민희가 번갈아가며 연기한 장면들은 어쨌거나 강렬하다. 은 그 자체가 교묘하고 혼란스러우면서도 터무니없이 숭고한 궤변이다. 영화는 넓게는 인간의 고통에 대해, 좁게는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동진이 요약하듯이 인간은 '카오스의 공.. 2016. 6. 8. 이전 1 2 3 4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