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umfabrik54 <김씨표류기> : 서로 맞잡은 손, 한 번만이라도 놓지 않길 이해준 감독의 이름을 처음 본 건, 군대 가기 전 편의점에서 혼자 알바 할 때였다. 그는 어느 영화잡지의 ‘충무로 시나리오 작가 기대주’쯤 되는 기획기사에서 〈안녕! 유에프오〉(2004)의 공동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의 공동연출작인 〈천하장사 마돈나〉(2006) 역시 〈안녕! 유에프오〉의 이해영과 함께한 작품이었다. 이해준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김씨표류기〉(2009)는 〈천하장사 마돈나〉가 동성애라는,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불편한 소재를 따스한 감성으로 비벼 오락영화의 틀과 적절히 맞물리게 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며 자살이란 키워드를 제법 상콤하게 다룬다. 직장에서 잘리고 애인에게도 차인 김승근, 남자 김씨(정재영)는 세상과 정면으로 싸워본 적 없이 소시민의 레일을 따라가다 결국 한강에 몸을 던진다.. 2009. 5. 4. <박쥐> : 욕망과 절망 사이의 여백이 공허한 이유 이미 개봉도 된 마당에 기고문이라도 공개. ========================================================================================================= 박찬욱이 돌아왔다. 그의 귀환은 여지없이 강렬했다. 시사회장은 이미 기자들로 꽉 들어차서, 늦게 온 기자들은 애꿎은 홍보사 직원에게 불평을 늘어놓아야만 시사회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그 틈바구니에 끼었다. 이미 영화는 5분전에 시작되었다. 느지막이 들어선 덕분에 계단에 걸터앉아야 했다. 하지만 박찬욱 영화다. 서서라도 봐야했다. 독실하고 유쾌한 신부 상현(송강호)은 병든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일념으로 죽을 각오로 생체실험에 자원한다. 그는 몸에 바이러스를 심은 뒤 죽음.. 2009. 5. 1. 허리우드, 영웅본색 2 0. 토요일 아침 8시에 시험을 봤다. 9시에 강의실을 나섰다. 기왕 나왔는데 이대로 그냥 돌아가기 서운하다. 허리우드로 갔다. 1. 허리우드는 인사동 낙원상가 4층에 있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극장에서 위안을 찾던 6,70년대. 종로는 한국 영화의 천국이었다. 스카라도 대한극장도 사라져버린 지금, 그나마 단성사와 피카리디가 오랜 역사를 말해주지만, 멀티플렉스에 발맞춘 현대식 외양은 도리어 극장의 역사성을 지워버린 것만 같다. 허리우드만은 여전히 올드패션(old-fashioned)하다. 악기들이 늘어선 낙원상가 4층에 올라서면 공터가 휑하다. 허리우드는 공터 구석에 숨어있다. 상영관은 겨우 두 개. 그나마 서울아트시네마와 하나씩 나눠쓰고 있다. 허리우드에선 중이다. 10시 30분. 를 봤다. 3. 이 .. 2009. 4. 19. PD저널 영화기고 1. 처음 기고를 맡게 되었을 때, 이걸 블로그에 얘길해도 되나 좀 고민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나는 영화를 말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자각 없이 냉큼 맡아버렸던 것이다. 누구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대에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막상 첫 원고를 써서 보낼 때도 몰랐다. 그런데 엄마야. PD저널 메인에 (비록 하루도 못 가서 밑으로 내려가긴 했지만) 사진과 함께 떡 하니 올라간 원고를 보자니 이건 뭐, 원고가 아니라 피고가 된 기분. 이거 원 망측하고 부끄러워서. 2. 너무 근사하게 요리하고 싶었던 욕심이 앞선 탓이다. 막연히 PD연합회 신문이니까 PD들이 많이 보겠지 싶었다. PD들, 특히 드라마 PD들은 영상문법에 능하니까 어줍잖게 영상기법 얘기하는 건 피해야지. 기왕이면 개인적인 이야기를 .. 2009. 4. 17. 이전 1 ··· 7 8 9 10 11 12 13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