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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7

테드 창의 소설집 (김상훈 옮김, 엘리, 2019)을 다 읽었다. 는 예전에 북스피어판을 읽어서 패스. 표제작 은 문장이 정갈하니 아름답고, 과 은 각각 시간여행과 다세계 해석을 명민하게 풀어낸다. 은 매체이론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더욱 흥미롭게 볼 단편이다(또한 이 단편에는 우리 기억의 왜곡과 일그러진 자아상을 냉정하게 돌아봄에 따른 섬뜩함이 따라붙는다). 늘 그렇듯 김상훈 선생의 번역에 많이 빚진다.선집에 일관된 문제의식은 자유의지로 보인다. 우리가 물리적 객체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 주체인 것은 자유의지 때문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그것이 제아무리 허구더라도 우리에게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 95쪽)”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테드 창의 소설을 하드 SF라는 범주로만 독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 2024. 7. 22.
당신 인생의 이야기 네 인생의 이야기 이 중편은 물리학의 변분 원리에 대해 품었던 흥미에서 생겨났다. 처음 이 원리에 관해 알게 된 이래 줄곧 매력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소설 속에서 이것을 어떻게 쓰면 될지 알게 된 것은 유방암과 투쟁하는 자기 아내를 소재로 한 폴 링케의 1인극 라는 제목의 연극을 본 후의 일이었다. 어떤 사람이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대처하는 이야기에 변분 원리를 대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몇 년 후, 이 아이디어와 친구 한 사람에게서 들은 갓 태어난 아기의 이야기가 결합되면서 이 작품의 핵이 되었다. 물리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을 위해서, 이 중편에서 거론되는 '페르마의 최단 시간의 원리'에서는 양자역학적 기반에 관한 논의는 모두 제외했다는 점을 명기해둔다. 이 원리의 양자역학.. 2018. 5. 7.
엔더의 게임 스콧 카드의 『엔더의 게임』(오슨 스콧 카드, 백석윤 옮김 / 루비박스, 2008)은 언젠가 렛츠리뷰 상품으로 올라왔던 걸로 기억한다. 지난 달에 막 재개장한 교보문고를 돌아다니다 『엔더의 게임』 원서가 어린이 영서 코너에 진열된 걸 보았다. 페이퍼백 버전답게 거친 종이질에 쿼티 타자기로 타이핑된 듯한 글자가 인상적이었다(도통 지저분해서 아무리 애들이라도 어떻게 읽으려나 싶을 정도로.). 띠지에서는 이 책을 'SF·판타지의 컬트 클래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띠지의 수사만 제외한다면 소설은 더 없이 훌륭하다. 이야기의 골격은 단순한 만큼 단단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전개 속도도 빠르다. 무엇보다 엔더에게 주어지는 모든 시련이 '게임'이라는 설정은 현실과 게임 사이의 역전된 관계-게임은 현실의 모방이지만, .. 2010. 10. 7.
책 잡담 : 한나 아렌트와 SF 1. 벌써 8월이 반쯤 지나가고 있다. 방학도 거의 끝났다. 언제나 그랬듯이, 시간은 참 새삼스럽게 빠르다. 2. 과 에 이어, 다음 책 세미나는 토머스 모어의 다. 주경철 씨 번역은 옮긴이 서문이 간결한 것부터 마음에 든다. 해제도 별로 길지 않고 본문 자체가 얇아 깔끔하다는 인상을 풍긴다(실제 독해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참고자료들도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어 역자의 인문학적 소양을 능히 짐작케 한다. 오비디우스의 에서부터 조나단 스위프트의 일부까지 발췌하면서, 토머스 모어의 시대와 를 이해할 문화적 배경을 차근차근 제시하고 있어 꽤 친절하다. 무엇보다 토머스 모어와 당대 인문주의자들의 서한을 같이 실은 데에 만족감마저 느껴진다. 칭찬을 늘어놓았지만 아직 본문은 보지 않았고, 일부러 참고자료부.. 2009.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