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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12

러시아혁명의 진실 빅토르 세르주의 (황동하 옮김, 책갈피, 2011) 완독. 원제는 Year One of the Russian Revolution이다('러시아 혁명 첫해'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러시아혁명의 진실'이라는 제목은 전형적인 반공주의적 '폭로'를 연상시켜서 거북스럽다). 10월 혁명의 배경(농노제의 해체와 러시아 자본주의의 형성, 1905년 혁명, 1917년 2월 혁명)부터 10월 혁명,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 1918년 7~8월의 위기와 적색 테러, 독일 혁명과 전시공산주의까지, 1917년 10월 혁명 이후 1년을 다룬다(실제의 서술 범주는 1919년 초까지다). 세르주는 이 책에서 혁명이란 음모나 쿠데타가 아니라 빼앗기고 고통 받는 인민의 욕망과 열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언제나 혼란과 오류 속에서 벌.. 2022. 5. 22.
러시아 혁명사 강의 박노자는 『러시아 혁명사 강의』(나무연필, 2017)에서 현실 사회주의를 ‘적색 개발주의’라고 바꿔 부른다. 그가 보기에 구소련과 러시아 혁명의 영향을 받은 사회주의 국가들(중국, 북한 등)은 민주주의를 배제했다는 점에서 사회주의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또한 혁명을 통해 만들어진 나라였기에 민중 친화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 박노자는 (아마 그가 청년기를 보냈을) 전성기의 소련을 부족하게나마 일찌감치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시스템을 갖췄고 소비재가 부족한 대신 문화적인 토양을 풍부하게 갖춘 나라로 회상한다. ‘속삭이는 사람들’이 사는 ‘전체주의 국가’라는 그림과는 또 다른 측면일 텐데, 박노자도 잘 서술했듯이 성장과 폭력이 등치되었던 스탈린 집권 이후의 사회주의 국가는 이렇게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었던 .. 2017. 10. 29.
"불꽃 한 점이 들판을 태운다"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7.01.11) "불꽃 한 점이 들판을 태운다" 바디우와 지젝의 '공산주의 가설'을 통해 본 '도래할 민주주의' 2017년은 여러 가지 면에서 뜻깊은 해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이 이뤄지느냐 마느냐 하는 이슈와 함께, 이르든 늦든 대통령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또한 올해는 6월 항쟁 30주년이며 무엇보다 러시아 혁명 100주년이다. 한국은 아직 조용하지만, 세계 곳곳에서는 러시아 혁명을 기념하는 학술대회며 각종 행사가 연이을 것으로 예상된다(이 와중에 한국에서는 ‘노동자의책’ 대표가 ‘이적표현물’을 판매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는 단지 100주년이라는 숫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수많은 이들이 ‘신자유주의의 종언’을 외쳤다. .. 2017. 3. 7.
우리에게 '혁명'은 과연 무엇일까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10.25) 우리에게 '혁명'은 과연 무엇일까 프랑스 혁명과 러시아 혁명을 통해 혁명의 개념 변화를 살피다 구력(율리우스력) 1917년 10월 23일은 러시아 10월 혁명이 일어난 날이다. 그레고리력으로는 11월 5일이지만, ‘10월’은 여전히 러시아 혁명의 상징이다. 이제 내년이면 러시아 혁명 100주년이다. 에릭 홉스봄이 이야기했듯이 20세기는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로 막을 내렸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혁명은 지나간 역사적 사건을 언급하거나 기술적 혁신을 강조하는 수사로 쓰일 뿐이다. 하지만 거대 서사가 붕괴한 ‘탈근대’를 살아가는 지금도, 우리는 평등을 향한 열망을 호흡하며 살아간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여전히 혁명의 아이들인 셈이다. 길윤미·문경자 경북대 인문과.. 2016.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