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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니12

증여론 『증여론』(마르셀 모스, 이상률 옮김 / 한길사, 2002)은 에밀 뒤르켐의 조카이자 프랑스 사회학·인류학의 거두인 마르셀 모스의 노작이다. 그가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말할 것도 없고, 부르디외, 바타이유, 보드리야르, 푸코 등에게 미친 영향은 무척 크다고 한다. 그런데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저술한 저작은 거의 없는 듯하다. 문화인류학자 류정아 씨가 쓴 해제를 보면 모스는 단독으로 연구하기보다 다른 학자들과 공저하길 선호했던 것 같다. 공동 작업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준 셈인데, 이는 현대 문화연구자와 인류학자들에게도 모범이 된 게 아닐까 싶다(대표적으로 연세대 문화연구 그룹과 조한혜정 등). 『증여론』을 읽은 것은 『거대한 전환』과 『리오리엔트』를 경유하면서 시장 경제와 비시장 경제 사이의 교.. 2011. 1. 26.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사실 오늘은 아파서 조퇴를 했습니다. 감기에 급체가 겹쳤더군요. 덕분에 2010년 마지막 날을 집에서 조용히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해 액땜한다 치고 있는데, 액땜에 고마워지네요ㅎㅎ 연말은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게 되는 때입니다. 좋았던 일 뿐만 아니라, 안 좋았던 일들에도 모두 고마워하면서 보내주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leopord를 기억하고 찾아와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공부하면서 저의 길을 걸어가려고 합니다. 여기 오신 모든 분들 또한 자신의 길을 즐겁게 걸어가실 수 있길 바랍니다. 언젠가 지적인 지도가 필요하다는 푸념을 늘어놓은 적이 있습니다(leopord, ). 돌이켜 보면 2010년의 지도는 안토니오 그람시와 칼 폴라니였던 것 같습니다. 국제.. 2010. 12. 31.
다시쓰는 근대세계사 이야기 『다시쓰는 근대세계사 이야기』(로버트 B. 마르크스, 윤영호 옮김 / 코나투스, 2007)는 유럽 중심주의에 경도된 세계사를 세계화와 생태학적인 면으로 다시 살펴보자는 콘셉트로 쓰여진 개론서다. '세계화'로 번역되었지만, 나는 지구화globalization가 더 적합한 표현이라고 본다. 언뜻 보기로는 안드레 군더 프랑크의 『리오리엔트』와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섞어놓았다는 인상이다. 학부 1학년생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대중서라 깊이를 기대하기보단, 15~19세기까지의 세계사를 교과서로 다시 본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리오리엔트』에 대한 사전 작업 겸, 내가 알고 있는 세계사 지식을 재확인해 보는 작업으로 삼았다. 요점은 '서구의 부상'도, 그 근거로 들이밀어지는 경제적 우.. 2010. 11. 22.
폴라니 패밀리 40분쯤 더 기다리자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것이 보였다. 그러면서 노랫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그 소리는 처음에는 흐릿하게 들리다가 점점 더 커졌다. 마치 누군가가 "펑위샹", "장쭤린", "장제스", "마오쩌둥"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목청껏 외쳐대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무척 덩치가 큰 사람이 불쑥 방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양손에 작은 여행용 가방 같은 것을 들고 있었으며 아직도 그 이상한 소리를 외쳐대고 있었다. 한참 후에야 그는 소리를 멈추고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한 다음, 의자가 부서지지 않을까 싶게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장제스" 등을 외치고 있었다. 그가 가방 하나를 열자 엄청난 양의 책이며 서류, 잡지, 편지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커다란 목소리로 .. 2010.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