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umfabrik54 <하바나 블루스> : 빈곤의 공간, 풍요의 음악 PD저널 ============================================================================================ 한국은 상대적 박탈감의 세계다. 모두가 잘 살고 있는 것 같고 '나만' 못 사는 거 같다. 그래서 아등바등 산다. 돈은 벌어도 벌어도 부족한 것 같다. 딱히 버는 게 없을 때는 말할 것도 없다. 이통사가 친절하게 문자로 알려주는 핸드폰요금에 기겁을 했다. 그 외에도 앞으로 꾸준히 빠져나갈 돈을 생각했다. 여기는 부유하고, 모두가 잘 살고 있는 것만 같고, 정말로 '나만' 못 사는 것 같은 세상이다. 반대로, 쿠바는 절대적 박탈의 세계다. 그곳에서는 모두가 가난하다. 1954년제 시보레가 버젓이 시내를 활보하는 아바나는 말이 친환경 .. 2009. 9. 23. <고갈> : 불안의 평등주의 PD저널 세상은 반드시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걸 애써 증명하려는 시도가 있다. 본질적으로 판타지인 영화를 애써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방법 중 하나는, 영화를 도리어 철저히 판타지로 만드는 것에 있다. ‘인디영화’ 하면 떠올리는, 지루한 연출과 의도된 위악(僞惡)이 다시금 반복될 때, 관객은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영화와 애써 대결하기보다 포기하길 선언할 법하다. 의 비타협노선이 관객과 충돌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영화의 고집을 인내한 관객에게 복이 있으라. 비타협영화집단 ‘곡사’(감독 김곡, 김선)의 장편영화 (2009)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청작으로 우리 관객에게 소개되었다. 관객들이 ‘후반 30분’의 잔혹함을 못 견뎌 줄줄이 영화관을 나섰다는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덤이다. 영화는 정말 끔찍할.. 2009. 9. 14. <썸머워즈> : 외로운 개인의 꿈. 블로거의 꿈 PD저널 (14) 썸머워즈(2009) 지난 번의 글 과 연결되는 글. ========================================================================================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한여름. 좋아하는 선배 나츠키가 제안한 아르바이트를 덥석 받아들인 소년 겐지. 아르바이트의 정체는 할머니와의 약속 때문에 나츠키의 남자친구 노릇을 해달라는 것이었고, 거짓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할 줄 모르는 겐지는 당황하고야 만다. 그러거나 말거나 27명이나 되는 나츠키네 식구들은 할머니 생신잔치로 왁자하고, 겐지에게 이런 대가족과의 만남은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나 첫날 밤 날아온 문자메시지가 평안한 일상에 균열을 가한다. 싸움이 시작되었다. 호소다 마모루 .. 2009. 8. 20. 썸머워즈 잡담 0. 내용을 알고 있는 분들 위주의 글. 스포일러도 있음. PD저널 송고본에서 못한 얘기를 여기에. 1. 모든 작품에는 해석의 여지가 있고, 여지가 많을수록 좋은 작품이기 마련이다. 여지가 많다는 얘기는 논란이 많다는 얘기도 되는데, 사실 자체가 엄청 많은 여지를 남기는 작품은 아닌 거 같다. 2. 예민한 부분은 이 작품이 속칭 '일색'(日色)에 물들어 있다는 편견에 기반한 거 같은데, 예컨대 극중 와비스케가 개발한 해킹 프로그램 '러브머신'을 미 국방성이 사들여 시험하는 과정에서 OZ가 교란되었다는 설정에서 일본의 우익적 반미 정서를 끄집어내는 게 그렇다. 관객이 애초 국가주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상, 작품이 국가주의적으로 탈바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가노 우에다의 시골을 비추고, 지방유지인 작은.. 2009. 8. 17. 이전 1 ··· 3 4 5 6 7 8 9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