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토요일 아침 8시에 시험을 봤다. 9시에 강의실을 나섰다. 기왕 나왔는데 이대로 그냥 돌아가기 서운하다. 허리우드로 갔다.
1. 허리우드는 인사동 낙원상가 4층에 있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극장에서 위안을 찾던 6,70년대. 종로는 한국 영화의 천국이었다. 스카라도 대한극장도 사라져버린 지금, 그나마 단성사와 피카리디가 오랜 역사를 말해주지만, 멀티플렉스에 발맞춘 현대식 외양은 도리어 극장의 역사성을 지워버린 것만 같다. 허리우드만은 여전히 올드패션(old-fashioned)하다. 악기들이 늘어선 낙원상가 4층에 올라서면 공터가 휑하다. 허리우드는 공터 구석에 숨어있다. 상영관은 겨우 두 개. 그나마 서울아트시네마와 하나씩 나눠쓰고 있다. 허리우드에선 <故 장국영 6주기 추모 영화제> 중이다. 10시 30분. <영웅본색 2>를 봤다.
3. 이 영화에서 무얼 더 바라랴. 첫째도 간지. 둘째도 간지. 셋째도 간지. 과장된 연기라 마시라. 생의 정점에서 나락까지 떨어지다 겨우 올라서는 석천의 연기가 첫째고, 장국영만 보면 늘 눈에 물기가 그렁그렁한 적룡이 둘째고, 적당히 멋부리고 적당히 까불대는 주윤발이 세번째다. 허무맹랑한 액션이라 마시라. 아까도 말했지만 간지가 이 영화의 명줄이리니. 폼에 살고 폼에 죽는 게 영웅본색 아니겠습니까.
<영웅본색>이 드라마라면, <영웅본색 2>는 액션영화다. 영화를 이끄는 중심축이 다르다는 얘기다. 1편의 인기에 편승했기에 이야기의 맥이 중간중간 끊어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저 캐릭터만 가지고도 이렇게 근사한 영화를 만드는 것도 분명 재주다. 오우삼은 이 때까지는 멀쩡했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개인적으로 <영웅본색 2> 최고의 캐릭터는 암살자. 출연장면은 적고 대사는 한 마디도 없다. 그러나 극의 중요한 부분에 개입해 긴장을 극대화시킨다. 주윤발과의 1:1 총격전은 뇌리에 짧지만 강한 인상을 새긴다. 초반부, 오맹달의 악역연기는 오히려 반갑다.
허리우드 극장은 언제나 사람이 적다. 노인을 위한 실버영화관이라는 컨셉이 제법 잘 어울릴 정도로. 텅텅 빈 낡은 영화관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혼자 볼 때의 편안함이 좋다(사실 저 땐 평소와 다르게 네 다섯 명은 더 있었지만). 장국영 추모 영화제는 4월 23일에 끝난다.
덧. 금요일엔 <스타트랙 더 비기닝> 기자시사회에 갔다. 내한하기로 되어있던 J.J. 에이브람스 감독과 존 조가 오지 못하는 바람에 기자시사회의 의미는 반감되었지만, 그래도 스타트랙이지 않은가. J.J. 에이브람스 꺼는 <미션 임파서블 3> 밖엔 제대로 본 게 없어서 딱히 할말은 없고. '더 비기닝'인 만큼 젊은 커크 선장과 스팍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개인적으론 존 조보다 사이먼 페그가 더 눈에 띈다(아무래도 존 조엔 별 관심이 없다보니). 스타트랙 더 비기닝은 5월 7일 개봉한다.
1. 허리우드는 인사동 낙원상가 4층에 있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극장에서 위안을 찾던 6,70년대. 종로는 한국 영화의 천국이었다. 스카라도 대한극장도 사라져버린 지금, 그나마 단성사와 피카리디가 오랜 역사를 말해주지만, 멀티플렉스에 발맞춘 현대식 외양은 도리어 극장의 역사성을 지워버린 것만 같다. 허리우드만은 여전히 올드패션(old-fashioned)하다. 악기들이 늘어선 낙원상가 4층에 올라서면 공터가 휑하다. 허리우드는 공터 구석에 숨어있다. 상영관은 겨우 두 개. 그나마 서울아트시네마와 하나씩 나눠쓰고 있다. 허리우드에선 <故 장국영 6주기 추모 영화제> 중이다. 10시 30분. <영웅본색 2>를 봤다.
3. 이 영화에서 무얼 더 바라랴. 첫째도 간지. 둘째도 간지. 셋째도 간지. 과장된 연기라 마시라. 생의 정점에서 나락까지 떨어지다 겨우 올라서는 석천의 연기가 첫째고, 장국영만 보면 늘 눈에 물기가 그렁그렁한 적룡이 둘째고, 적당히 멋부리고 적당히 까불대는 주윤발이 세번째다. 허무맹랑한 액션이라 마시라. 아까도 말했지만 간지가 이 영화의 명줄이리니. 폼에 살고 폼에 죽는 게 영웅본색 아니겠습니까.
<영웅본색>이 드라마라면, <영웅본색 2>는 액션영화다. 영화를 이끄는 중심축이 다르다는 얘기다. 1편의 인기에 편승했기에 이야기의 맥이 중간중간 끊어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저 캐릭터만 가지고도 이렇게 근사한 영화를 만드는 것도 분명 재주다. 오우삼은 이 때까지는 멀쩡했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개인적으로 <영웅본색 2> 최고의 캐릭터는 암살자. 출연장면은 적고 대사는 한 마디도 없다. 그러나 극의 중요한 부분에 개입해 긴장을 극대화시킨다. 주윤발과의 1:1 총격전은 뇌리에 짧지만 강한 인상을 새긴다. 초반부, 오맹달의 악역연기는 오히려 반갑다.
허리우드 극장은 언제나 사람이 적다. 노인을 위한 실버영화관이라는 컨셉이 제법 잘 어울릴 정도로. 텅텅 빈 낡은 영화관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혼자 볼 때의 편안함이 좋다(사실 저 땐 평소와 다르게 네 다섯 명은 더 있었지만). 장국영 추모 영화제는 4월 23일에 끝난다.
덧. 금요일엔 <스타트랙 더 비기닝> 기자시사회에 갔다. 내한하기로 되어있던 J.J. 에이브람스 감독과 존 조가 오지 못하는 바람에 기자시사회의 의미는 반감되었지만, 그래도 스타트랙이지 않은가. J.J. 에이브람스 꺼는 <미션 임파서블 3> 밖엔 제대로 본 게 없어서 딱히 할말은 없고. '더 비기닝'인 만큼 젊은 커크 선장과 스팍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개인적으론 존 조보다 사이먼 페그가 더 눈에 띈다(아무래도 존 조엔 별 관심이 없다보니). 스타트랙 더 비기닝은 5월 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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