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음 기고를 맡게 되었을 때, 이걸 블로그에 얘길해도 되나 좀 고민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나는 영화를 말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자각 없이 냉큼 맡아버렸던 것이다. 누구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대에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막상 첫 원고를 써서 보낼 때도 몰랐다. 그런데 엄마야. PD저널 메인에 (비록 하루도 못 가서 밑으로 내려가긴 했지만) 사진과 함께 떡 하니 올라간 원고를 보자니 이건 뭐, 원고가 아니라 피고가 된 기분. 이거 원 망측하고 부끄러워서.
2. 너무 근사하게 요리하고 싶었던 욕심이 앞선 탓이다. 막연히 PD연합회 신문이니까 PD들이 많이 보겠지 싶었다. PD들, 특히 드라마 PD들은 영상문법에 능하니까 어줍잖게 영상기법 얘기하는 건 피해야지. 기왕이면 개인적인 이야기를 삽입하면 어떨까. <구세주2>와 <드래곤볼 에볼루션> 포스터를 보면서, 좋아 그럼 '곧 망할 것 같은 영화'라는 타이틀로 가보자. 아니 그럼 홍보대행사들한테 찍힐려고 작정? 아 유 제정신? 그렇게 별의별 망상을 고민을 거듭한 결과가 개념만 가가멜 앞의 스머프 마냥 요란하게 돌아다니는 첫 원고 <왓치맨>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망측하고 부끄러워서.
3. 한 주에 한 번씩 매주 금요일에 기고한다. 이번 주로 5주째다. 온라인에만 올라가고 아직 PD저널 오프라인판에까지 올라간 적은 없다. 언제까지 계속할진 나도 잘 모르겠지만, 기왕 하는 거 계속 재밌게 하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 <똥파리> 기자시사회 땐 질문을 다소 길게 하고 초짜 기자티 다 내는 바람에 앞에 앉은 기자님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는데. 좋다. 앞으로도 계속 들이대리라. 초짜 기자 어디 한 번 혼 좀 나보자.
4. 이번 기사는 이강길 감독의 다큐멘터리 <살기 위하여>다. 아직 올라가진 않았다. 새만금 간척사업이라는 커다란 괴물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지역운동이 어째서 그토록 어려운지, 계급성과 가부장성이 '대한민국'이라는 깃발 아래 묻어가고 운동주체가 주변화되어 가는 과정이 눈물겹다. 그러나 아줌마들은 억척스럽게 목숨을 이어간다. 싸움은 화끈하게 하지만, 서로서로 잘 어울리고 웃고 떠들며 삶을 즐긴다. 아픈 영화다.
[김주원의 그 때 그 때 다른 영화] 똥파리
이쯤에서 커밍아웃은 그만. 늦었지만 인사 드립니다. PD저널 영화 객원기자 김주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Traumfabri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쥐> : 욕망과 절망 사이의 여백이 공허한 이유 (8) | 2009.05.01 |
---|---|
허리우드, 영웅본색 2 (21) | 2009.04.19 |
오늘은 만우절. 그리고 장국영이 떠난 지 6년째. (12) | 2009.04.01 |
왓치맨 (10) | 2009.03.18 |
렛 미 인 (Let the Right One In, 2008) (10) | 2009.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