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 & Think221 빈곤과 공화국 - 사회적 연대의 탄생 여기 하나의 장면이 있다. 1832년 6월 파리는 투쟁의 열기로 들끓었다. 2년 전의 혁명으로 샤를 10세가 퇴위했지만 왕이라는 자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프랑스 국민은 루이 필립을 새로운 왕으로 영접했을 뿐이다. 가난과 질병에 지친 민중은 언제라도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적어도 공화주의자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라마르크 장군의 장례식을 계기로 공화주의자와 그를 지지하는 빈민이 시위를 일으켰다. 정부군은 곧바로 진압에 나서고 반정부 시위대는 무장을 시도하며 격렬하게 저항한다. 피비린내 나는 격전으로 저항군과 정부군 모두 큰 피해를 입었고, 결국 봉기는 진압된다. 영화 을 통해 잘 알려진(이미 고전이 된 원작소설과, 영화화를 고무한 뮤지컬의 명성이 더 높지만) 6월 봉기는 대중매체의 재현이 아니었다면 프.. 2014. 11. 1. 코뮤니스트 『코뮤니스트』(로버트 서비스, 김남섭 옮김, 교양인, 2012) 로버트 서비스에게 공산주의는 역사의 추문(scandal)에 불과하다. 그가 짐짓 '객관적인' 듯 사료를 가져와 전개하는 논지를 요약하자면 그렇다. 지젝이 여러 번 주장하는 바대로, 그와 같은 태도는 '사고금지(Denkverbot)'를 요구하는 것이다. 현존하는 질서에 심각하게 도전하려는 정치적 기획에 최소한으로 참여하려고 하는 순간, 그 또는 그녀는 즉시 뒤따르는 대답을 듣는다. "비록 자비로울지라도, 이건(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정치적 기획) 필연적으로 새로운 강제수용소Gulag에서 끝나고 말 거야." 오늘 정치철학의 "윤리로의 회귀"는 부끄럽게도, 굴락과 홀로코스트의 공포를 진지하고 급진적인 참여를 포기하도록 협박하는 궁극적인 공갈 전술로.. 2014. 5. 25.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박가분, 자음과모음, 2014)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은 가라타니 고진을 비평가일 뿐만 아니라 사상가(이 두 위치는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종종 포개지는 것이다)로 읽고자 하는 시도이다. 박가분은 고진의 사상적 변화를 거칠게 『일본근대문학의 기원』~『탐구 2』 시기의 초기, 『트랜스크리틱』의 중기, 『세계사의 구조』의 후기로 구분한다. 그는 고진 사상의 맹아를 근대 문학에서의 내면과 풍경의 이분법적 구도에 대한 비평에서 발견한다. 근대문학비판에서 후기 구조주의에 대한 몰입을 거쳐 '고유명'(다른 무엇이 될 수 있지만 결국 지금 이 모습이 된 '이 나')에 대한 사유를 다듬던 고진은 『트랜스크리틱』에서 자기 고유의 사유를 발전시킨다. 바로 '교환양식'을 통해 자본주.. 2014. 5. 10. 모멸감 『모멸감』(김찬호, 문학과지성사, 2014) 모두가 자신이 '을'이라고 생각하는 시대다.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의 을이면서 또한 갑이기도 하다는 게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모멸감』은 위로를 위한 책이 아니라, 그런 진실을 환기하고 성찰하도록 해주는 책이다. 내가 책을 집어든 동기는 요즘 느끼는 '모멸감' 때문이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나의 이미지에 대한 자괴감 같은 것들. 이 모멸감을 사회학적인 언어로 이해하고 싶었다. 나는 그런 분석이 나를 지켜주는 부적이 되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장의 공자님 말씀(정말로 성현의 고전을 끌어온다)이 약간 김빠지긴 해도, 한편으로는 모멸감을 인식하고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결국 옛 말씀을 끄집어오는 수밖에 없는 것인가 .. 2014. 5. 5.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 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