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 & Think221 관촌수필 『관촌수필』(문학과지성사, 1977) 이문구의 『관촌수필』(1977)을 늦게, 아주 늦게 읽었다. 이제는 보령시가 되어버린, 대천읍 복판에서 그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상상했던 것을 지금에서야 조금은 읽고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라는 말은 만용인 줄 안다. 그저, 과거를 회고하는 아픈 마음과 구성진 충청도 사투리에 배인 삶의 고단함을 조금은 상상할 수 있었다 말하고 싶다. 나는 그가 태어나 자란 곳에서 역시 태어나고 자랐다. 그만큼이나 나도 '실향민'이라 상상했다. 그에게 대천이 거듭 돌아갈 때마다 옛모습을 잃어가는 장소, 이미 와 있지만 복구할 수 없는 기억이라면 내게 대천은 환멸의 공간, 어렴풋하게 남은 추억조차 의미를 찾기 어려운 공허한 공간인 탓이다. 『관촌수필』을 일컬어 '농촌소설'이라 잘라 말.. 2015. 6. 26. 다뉴브 『다뉴브』(문학동네, 2015) 여러 민족정신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 동쪽과 서쪽, 남쪽에는 바다가 있고 북쪽에는 전선이 있는 이 나라에서, 육지의 경계를 넘어 다른 나라로 간다는 것은 생경한 일이다. 그러니까 땅에 그어진 경계를 넘어 낯선 이들과 만나 다투고 화해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경험을 우리는 좀체 해보지 못한 셈이다. 해방과 전쟁, 분단을 거치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세상은 명목만 반도인 섬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땅에 사는 우리가 정말로 ‘단일민족’이라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이민족(‘다른 민족’이자 ‘떠나온 민족’)이었다. 역사의 부침 속에서 다른 인간들끼리 만나 부대끼고 피를 흘리고 살을 섞으면서 나온 게 우리다. 다만 우리가 역사를 상상하는 방식, 우리가 우리 자신을 상상.. 2015. 5. 13. 신자유주의의 좌파적 기원 『신자유주의의 좌파적 기원 : 냉전시대 경제학 교류의 숨겨진 역사』(글항아리, 2015) 조하나 보크만의 『신자유주의의 좌파적 기원』은 신자유주의의 핵심적인 경제이론으로 알려진, 오늘날 주류경제학을 구성하고 있는 신고전파 경제학을 신자유주의와 분리하는 도발적인 시도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자원의 생산과 배분에 관한 학문이며,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있어 경쟁적 시장과 중앙계획은 사실상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있으므로 신고전파 경제학은 항상 이미 '사회주의'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녀는 현실 사회주의 경제모델을 스탈린주의-국가사회주의에서만 찾는 관점을 협소하다고 비판하는 동시에,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의 권위주의 또한 국가사회주의적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동유럽의 신고전파 .. 2015. 3. 15. 독재자들 : 히틀러 대 스탈린, 권력 작동의 비밀 『독재자들 : 히틀러 대 스탈린, 권력 작동의 비밀』(교양인, 2008) "동지들, 히틀러와 스탈린은 잘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을 요약하면 저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리처드 오버리는 기존의 '전체주의' 연구가 독재자들의 절대 권력을 과장한다고 비판하면서 『독재자들』의 집필 의도를 밝힌다. 두 독재 체제가 단순히 위로부터의 억압과 강제에 의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동의에 기반했다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고자 두 체제가 성립된 역사적 배경과 개인숭배의 대중적 기원, 종교의 파괴와 경제의 종속, 정권 내내 계속된 숙청과 투옥, 잔혹한 전쟁과 수용소 등을 폭넓게 조명한다. 독일과 소련의 통치자와 피치자는 약속된 새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투쟁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 2015. 2. 21.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