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 & Think220 책에 따라 살기 - 유리 로트만과 러시아 문화 『책에 따라 살기 - 유리 로트만과 러시아 문화』(문학과지성사, 2014) 로트만 연구자 김수환의 『책에 따라 살기』는 아무도 그렇게 살려 하지 않는, 혹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삶의 태도를 다룬다. 책을, 문학을 일종의 문화적 코드이자 삶의 모델로 삼고 이를 실천하려는 태도 말이다. 김수환은 책에 수록된 첫번째 논문 「책에 따라 살기: 러시아적 문화 유형의 매혹과 위험」에서 러시아 기호학자 유리 로트만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그는 특히 18세기 이래의 러시아에서 사실상 "독자들에게 책을 읽을 것이 아니라 책에 따라 살 것이 요구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당대 러시아 사람들에게 푸쉬킨이란, 톨스토이란, 도스토옙스키란 단지 저자일 뿐만 아니라 삶의 모델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론가이자 기획자이기.. 2014. 12. 22. 변증법의 낮잠 : 적대와 정치 『변증법의 낮잠』 (서동진, 꾸리에, 2014) 『변증법의 낮잠』은 '변혁'이란 불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의 세계를 다룬다. 그러니까 거대한 변화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니 우리의 문제를 올바른 제도와 정책을 통해 수정, 보완하거나 작은 공동체를 꾸려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면서 안분자족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는 세계 말이다. 그런 삶의 지향이 그리 멀지 않다는 건 금세 알 수 있다. 페이스북만 해도 그런 모임이 넘쳐 난다. 대안적인 삶을 꿈꾸며, 혹은 거대 서사에 신물이 난 사람의 꿈을 담은 각종 기관과 단체가 페이스북 그룹에 이름을 올린다. 그런 모임이 시시하다거나 별 것 아니라고, 결국 지자체의 예산이나 구성원의 변덕스런 인간관계에 좌지우지될 뿐인 무력하고 취약한 조직에 불과하다고 비웃는 것은 .. 2014. 12. 15. 「변신하는 리바이어던과 감정의 정치」 단평 박가분의 창비 2014 사회인문학평론상 수상작 「변신하는 리바이어던과 감정의 정치」를 서둘러 읽었다. 그의 질문은 "감정과 정동의 시공간인 SNS를 어떻게 전위의 매체로 재발명할 수 있을 것인가?" 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이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교통/통신/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진 식의 논의를 이른바 '네트워크사회'에 끼워맞추었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다. 박가분이 '리바이어던'이라는 개념을 끄집어 낸 것도 리바이어던으로 표상되는 국가가 아니라, 리바이어던의 은유를 창출하는 공포라는 정서/정동/감정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다. '좋아요'와 '리트윗'만이 있을 뿐, 주체적인 결단이나 주장이 없는 세계를 단호하게 반박하는 패기는 좋다. 레닌주의적 전위의 재발명에는 더없이 동의한다. 그러나 이 글이 본인이.. 2014. 12. 9. 빈곤과 공화국 - 사회적 연대의 탄생 여기 하나의 장면이 있다. 1832년 6월 파리는 투쟁의 열기로 들끓었다. 2년 전의 혁명으로 샤를 10세가 퇴위했지만 왕이라는 자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프랑스 국민은 루이 필립을 새로운 왕으로 영접했을 뿐이다. 가난과 질병에 지친 민중은 언제라도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적어도 공화주의자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라마르크 장군의 장례식을 계기로 공화주의자와 그를 지지하는 빈민이 시위를 일으켰다. 정부군은 곧바로 진압에 나서고 반정부 시위대는 무장을 시도하며 격렬하게 저항한다. 피비린내 나는 격전으로 저항군과 정부군 모두 큰 피해를 입었고, 결국 봉기는 진압된다. 영화 을 통해 잘 알려진(이미 고전이 된 원작소설과, 영화화를 고무한 뮤지컬의 명성이 더 높지만) 6월 봉기는 대중매체의 재현이 아니었다면 프.. 2014. 11. 1.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5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