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 & Think220 사회주의 최초의 비극에 대하여 당대의 비평가들은 대숙청 시기의 음울함을 따라 플라토노프의 글이 비관적이고 반동적이라고까지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 정도의 낙관성조차 보이지 못하는 오늘날에 비하자면 백 배는 긍정적이다. 그러니까 변증법을 잊지 말자. ================================================================ [편집자] 안드레이 플라토노프가 서른다섯 살이던 1934년은 그의 생애에서 분수령이 되는 해였다. 그는 『코틀로반(구덩이)』과 『체벤구르』―이 두 소설이 오늘날 가장 유명하다―를 이미 썼지만 온전하게 발표된 작품이 하나도 없었다. 대다수의 소련 독자들은 플라토노프를 단편 몇 편을 쓴 작가로 기억했다. 더구나 집단화(collectivization)를 풍자한 「미래의 쓸모를 위하여.. 2013. 7. 8. 글쓰기 생각쓰기 『글쓰기 생각쓰기』(윌리엄 진서, 이한중 옮김, 돌베게, 2007) 맨해튼 중부에 있는 내 사무실 벽에는 작가 E. B. 화이트의 사진이 하나 걸려 있다. 화이트가 일흔일곱 살 때 메인 주 노스브루클린의 자택에 있는 모습을 질 크레멘츠가 찍은 것이다. 작은 보트 창고 안, 판자 세 장에 네 다리를 못으로 박은 수수한 나무 탁자가 놓여 있고, 수수한 나무 벤치에 백발의 남자가 앉아 있다. 창밖으로는 호수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화이트는 수동타자기를 두드리고 있다. 달리 눈에 띄는 것은 재떨이와 못 통 하나뿐이다. 못 통은 말할 것도 없이 휴지통이다. 지금까지 만난 많은 사람들, 기성 작가와 작가 지망생, 지금 학생과 옛날 학생들이 그 사진을 보았다. 그들은 대개 글쓰기 문제를 상의하거나 자기 사는 이야기.. 2013. 6. 23. 사도 바울 『사도 바울』(알랭 바디우, 현성환 옮김, 새물결, 2008) 바디우의 『사도 바울』을 읽으면서 『레닌 재장전』에 수록된 장 자크-르세르클의 「정확함의 사도 레닌, 혹은 재활용되지 못한 마르크스주의」가 거듭 떠올랐다. 레닌의 정확함(정당함)을 뒷받침하는 세 가지 덕목으로 제시된 엄격함, 확고함, 세심함은, 바디우를 따른다면 이미 바울에게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나는 마지막 미덕인 세심함을 "섬세함"으로 바꿔부르고 싶다). 그러나 이 책은 사도 바울의 위대함을 강조하기 위해 쓰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도의 전형인 바울에게서 레닌을 발견하고(혹은 라캉을 발견하고), 바울의 정치적 실천에서 레닌의 정치적 실천을 도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나에게 바울은 사건의 사상가=시인인 동시에 투사의 모습이라.. 2013. 6. 1. 문화의 해석 『문화의 해석』(클리퍼드 기어츠, 문옥표 옮김, 까치, 1998) 제1장 중층 기술 : 해석적 문화이론을 향하여 Ⅰ 수잔 랑어는 그녀의 저서인 「철학의 새로운 경향(Philosophy in a New Key)」에서 어떤 개념들은 아주 엄청난 힘으로 우리의 지식세계 속으로 쏟아져 들어오곤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그러한 개념들은 초기에는 그 새로운 개념이 등장함으로써 모든 근본적 문제들이 한꺼번에 해결되어버릴 듯이, 그때까지 불분명했던 모든 문제점들이 백일하에 밝혀질 듯이 생각되곤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하나의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면 누구나가 마치 어떤 새로운 실증과학을 위한 "열려라 참깨!" 식의 비방이나 되는 듯이 그 개념들을 중심으로 하여 보다 포괄적인 분석체계를 형성해보고자 열심히 노력하.. 2013. 5. 31.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5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