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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Think220

사회민주주의의 시대 『사회민주주의의 시대』(2015, 글항아리) 프랜시스 세예르스테드의 『사회민주주의의 시대』는 1905년 연합 해체 이후의 스웨덴과 노르웨이 역사를 '사회민주주의 체제'라는 관점으로 서술하는 역사책이다. 통사로서 총론적인 서술을 지향하다 보니 백서 같은 느낌도 없잖아 있는, 딱딱하고 심심한 책이다. 700쪽에 달하는 분량이 압박으로 다가오긴 한다. 하지만 '복지국가'에 대한 어떤 환상도 없이, 현지 역사학자가 서술하는 '내부적 관점'에 집중한다면 꽤 참고가 될 만하다. 종종 복지국가는 우리가 추구해야 하지만 꽤 먼 이상향처럼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스웨덴처럼 할 수 있다"는 주장과 "그건 북유럽에서나 가능한 일이다"는 주장은 동전의 양면에 불과하다. 북유럽 복지국가는 마르크스주의로부터 이탈한 사.. 2015. 9. 11.
21세기 자본 『21세기 자본』(글항아리, 2014) 『21세기 자본』을 다 읽었다. 피케티는 부와 자본을 동의어로 간주하고 '이자 낳는 자본'을 자본의 속성으로 본다. 그건 피케티 연구의 핵심적인 고리이자 가장 논쟁적인 지점이다(한편 주류경제학자들은 주로 자본의 대체탄력성이 1보다 크다는 해석을 비판한다). 마르크스주의와 현실 사회주의에 대한 전형적인 자유주의적 관점을 논외로 하고, 18세기부터 현재까지의 시계열 자료를 토대로 진행한 연구는 그 자체로 중요하다. 그는 경제학을 '정치경제학'으로, 즉 사회공학(국가공학)으로서의 정치경제학으로 전환하고자 하며 이를 위한 방법으로 시계열 연구를 제안한다. 피케티는 '미완의 혁명'으로서의 프랑스혁명을 '세금혁명'으로 완수하려 한다. 프랑스혁명의 이념인 자유·평등·박애에도 프.. 2015. 7. 4.
글로벌 지식장과 상징폭력 『글로벌 지식장과 상징폭력』(문학동네, 2015) 김경만의 『글로벌 지식장과 상징폭력』을 읽었다. 제대로 읽지도 못하면서도 그가 '글로벌 지식장'에서 접촉하고 경쟁했던 이들과 나눈, 영어로 쓰인 편지도 한 자 한 자 읽었다. 그가 조한혜정에게 가한 비판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든다. 조한혜정 또한 글로벌 지식장에서 경쟁하는 행위자라는 걸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그러나 저자는 조한혜정의 위치에 대한 언급이 '탈식민 이론'을 구축하자는 당위에 대한 비판과 무관하다 할 것이다). 나는 저자가 이론에 대한 몰이해의 전형으로 해석한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읽기와 삶읽기』는 '현장'에서 이론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책으로 이해한다. 다만 조한혜정이 90년대에 이미 '이론가'로서의 .. 2015. 6. 29.
관촌수필 『관촌수필』(문학과지성사, 1977) 이문구의 『관촌수필』(1977)을 늦게, 아주 늦게 읽었다. 이제는 보령시가 되어버린, 대천읍 복판에서 그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상상했던 것을 지금에서야 조금은 읽고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라는 말은 만용인 줄 안다. 그저, 과거를 회고하는 아픈 마음과 구성진 충청도 사투리에 배인 삶의 고단함을 조금은 상상할 수 있었다 말하고 싶다. 나는 그가 태어나 자란 곳에서 역시 태어나고 자랐다. 그만큼이나 나도 '실향민'이라 상상했다. 그에게 대천이 거듭 돌아갈 때마다 옛모습을 잃어가는 장소, 이미 와 있지만 복구할 수 없는 기억이라면 내게 대천은 환멸의 공간, 어렴풋하게 남은 추억조차 의미를 찾기 어려운 공허한 공간인 탓이다. 『관촌수필』을 일컬어 '농촌소설'이라 잘라 말.. 2015.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