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의 잔존
『반딧불의 잔존』(조르주 디디-위베르만, 김홍기 옮김, 길, 2012) 왜냐하면 파솔리니가 반딧불의 소멸이라는 이런 겸허한 비유에 부여하고자 하는 극단적이고 과장적인 의미 이상으로, 그 비유는 훨씬 더 상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우리의 고유한 "희망의 원리"를 다시금 사유해야 하고, 그 사유는 '예전'이 '지금'을 만나서 우리의 '장래' 자체를 위한 어떤 형식이 마련되는 하나의 미광, 하나의 섬광, 하나의 별자리를 형성하는 방식을 거쳐 진행되어야 한다. 비록 지면에 바짝 붙어 지나가고, 비록 아주 약한 빛을 발산하고, 비록 느리게 이동하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반딧불들이 그런 별자리를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반딧불이라는 작디작은 사례와 관련해서 이런 사실을 긍정하는 것..
2013. 5. 10.
체 게바라, 혁명의 경제학
『체 게바라, 혁명의 경제학』(헬렌 야페, 류현 옮김, 김수행 감수, 실천문학사, 2012) 『체 게바라, 혁명의 경제학』에서 파헤치는 체 게바라를 두고 국내 서평꾼들은 "경제 관료로서의 체 게바라" 혹은 "정치경제학자로서의 체 게바라"에 주목하는 듯하지만, 나는 "경영자로서의 체" 혹은 "경영학자로서의 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나 싶다. 체가 국가를 하나의 공장, 즉 기업으로 간주하고 국가의 모든 물적, 인적, 지적 자원을 전략적으로 동원하고 배치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그 우파적 버전을 이명박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저자 헬렌 야페는 쿠바 혁명 이후 체가 1959~1964년 사이에 국립은행 총재, 국립농업개혁원 산하 산업화부(산업부흥부) 부장, 산업부 장관 등의 요직을 거치면서 구상하..
2013.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