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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Think220

에로스의 종말 『에로스의 종말』(2015, 문학과지성사) 한병철은 신간 『에로스의 종말』을 통해, 한병철식 '부정적인 것에 머물기'(지젝) 혹은 한병철식 '사랑 예찬'(바디우)을 시도한다. '할 수 있음'만을 강조하는 과도한 긍정성의 세계에서 끊임없는 자기 착취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기 위해, 우리는 사랑을 해야 한다. 그에 따르면 "할 수 있다"의 반대말은 "할 수 없다"가 아니다. "할 수 있을 수 없다"이다. 한병철은 그의 대표작 『피로사회』에서 바틀비의 "나는 그러지 않는 편이 낫겠어요(I would prefer not to)"가 무위의 부정적인 힘도 아니고 "정신성"에 본질적인 중단의 본능을 표현하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아무런 의욕도 없는 무감각 상태의 징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피로사회』, 56쪽). 한병철.. 2015. 10. 24.
서구 마르크스주의, 소련을 탐구하다 『서구 마르크스주의, 소련을 탐구하다 : 1917년 이후 비판적 이론과 논쟁으로 본 소련』(2012, 서해문집) 마르셀 판 데르 린던의 『서구 마르크스주의, 소련을 탐구하다』는 지식사회학의 관점에서 소련 사회구성체 논쟁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소련의 사회구성체를 분석한 여러 이론을 시대별로 검토한다. 그러면서 이론의 상대적 자율성과, 각각의 이론을 배태한 정파라는 외부 영향 사이의 긴장을 잘 보여준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 책이 소련의 '역사적 사실'을 밝히는 데 그리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데 있다. 즉 실제 소련이 어떠했는가 하는 게 아니라, 소련을 바라보던 서구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관점이 어떠했는가에 보다 방점을 둔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당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저마다 어떤 방식으로 소련을.. 2015. 10. 18.
사물들 『사물들』(2015, 펭귄클래식 코리아) 추석 연휴를 절반쯤 보내는 동안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을 읽었다. 소설은 상품의 스펙터클 속에서 부르주아의 삶을 동경하나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쁘띠(小)부르주아 혹은 룸펜프롤레타리아를 조명한다. 이들의 20대는 욕망의 시간이며 실패의 시간이었다. 이들 청년은 모든 것을 원하지만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혹은 부(富)의 부스러기만을 겨우 얻을 뿐이다. 약간의 정치적 낭만이 양념으로 곁들여지지만, 이들은 그저 상품만을, 더 많고 고급진 상품만을 원한다. 그런 점에서 책의 제목을 『사물들』에서 『상품들』로 바꿔 읽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서동진의 표현대로 소설의 시간인 1960년대는 "다양한 사물이 집하되어 아슬하게 펼쳐 보이는 흐릿한 풍경일 뿐"(서동.. 2015. 9. 29.
놀이와 인간 『놀이와 인간』(1994, 문예출판사) 로제 카이와의 『놀이와 인간』을 읽었다. 카이와는 요한 호이징하의 『호모 루덴스』를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놀이(게임)에 대한 문화연구/비평을 수행한다. 그는 호이징하가 문화의 모태로서 놀이를 주목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경쟁과 흉내(모의)만을 놀이의 형식으로 보고 운과 흥분(현기증)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불충분했다고 지적한다. 카이와 스스로 말하듯 '놀이를 출발점으로 하는 사회학을 위하여' 놀이의 성격을 네 가지로 구분하고 이를 통해 문명 일반을 해석하려 한다. 경쟁(아곤agon), 운(알레아alea), 모의(미미크리mimicry), 현기증(일링크스ilinx)의 2x2 조합 중 가능하고 지배적인 조합은 경쟁-운의 쌍과 모의-현기증의 쌍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그.. 2015.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