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가분의 창비 2014 사회인문학평론상 수상작 「변신하는 리바이어던과 감정의 정치」를 서둘러 읽었다. 그의 질문은 "감정과 정동의 시공간인 SNS를 어떻게 전위의 매체로 재발명할 수 있을 것인가?" 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이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교통/통신/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진 식의 논의를 이른바 '네트워크사회'에 끼워맞추었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다. 박가분이 '리바이어던'이라는 개념을 끄집어 낸 것도 리바이어던으로 표상되는 국가가 아니라, 리바이어던의 은유를 창출하는 공포라는 정서/정동/감정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다.
'좋아요'와 '리트윗'만이 있을 뿐, 주체적인 결단이나 주장이 없는 세계를 단호하게 반박하는 패기는 좋다. 레닌주의적 전위의 재발명에는 더없이 동의한다. 그러나 이 글이 본인이 말하는 '이동하는 비평', 즉 트랜스크리틱이 되려면, 단지 여러 책을 읽고 연결하고 정리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핵심적인 디테일을 포착하는 노력이 들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이건 단지 박가분만의 문제가 아니라 비평을 생각하고 또 비평을 쓰려 하는 이들이 봉착한 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말하자면 우리 세계의 이면을 드러내는 아주 작은 디테일. 그 디테일에서 차근차근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비평의 벽돌을 제대로 쌓는 과정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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