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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Think221

9월이여, 오라 『9월이여, 오라』(아룬다티 로이, 박혜경 옮김 / 녹색평론사, 2004)는 소설가 아룬다티 로이의 가디언지(誌) 기고문과 강연회 연설문 등을 모은 에세이집이다. '아룬다티 로이 정치평론집'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인도 및 그를 둘러싼 현실 정치와 대안세계화 운동에 대한 작가의 입장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녀의 소설 『작은 것들의 신』을 갓 읽었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살갗을 하나하나 정갈하게 발라 고통을 신선하게 유지시키는 문장들. 소설 속 시공간은 인도 케랄라의 습한 공기를 한껏 머금었고, 아이들의 땀냄새로 비릿했다. 작가에게 '무엇'을 말하느냐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어떻게' 말하느냐이다. 그것을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스타일이란 딱히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지만 그것이.. 2011. 1. 30.
증여론 『증여론』(마르셀 모스, 이상률 옮김 / 한길사, 2002)은 에밀 뒤르켐의 조카이자 프랑스 사회학·인류학의 거두인 마르셀 모스의 노작이다. 그가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말할 것도 없고, 부르디외, 바타이유, 보드리야르, 푸코 등에게 미친 영향은 무척 크다고 한다. 그런데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저술한 저작은 거의 없는 듯하다. 문화인류학자 류정아 씨가 쓴 해제를 보면 모스는 단독으로 연구하기보다 다른 학자들과 공저하길 선호했던 것 같다. 공동 작업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준 셈인데, 이는 현대 문화연구자와 인류학자들에게도 모범이 된 게 아닐까 싶다(대표적으로 연세대 문화연구 그룹과 조한혜정 등). 『증여론』을 읽은 것은 『거대한 전환』과 『리오리엔트』를 경유하면서 시장 경제와 비시장 경제 사이의 교.. 2011. 1. 26.
안티조선 운동사 『안티조선 운동사』(한윤형 / 텍스트, 2010)를 말하기 전에 밝힐 게 두 가지 있다. 첫째, 나는 조선일보에 나온 적이 있다. 2002년, 의 1기 멤버로서 홍보 활동의 일환으로 조선일보 취재에 응했다. 당시 나는 '운동권'이었지만, 한총련과 점점 거리를 두고 있었다. 만화 운동에 몸과 마음이 모두 기울어 있었기 때문이다(이 또한 '운동사'를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언젠가 정리글을 올려볼까 한다). 안티조선 운동이 한창이던 때였음에도, 나는 '안티조선'이라는 구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솔직히 말해서 거의 관심이 없었다. 때문에 당시 병행하던 청소년 참정권 운동에서는 "왜 조선일보에 나왔느냐"는 질책도 들었다(우습게도 나는 모 대학 학보와 한겨레에 만18세 참정권 운동가로 취재되었다). 시간.. 2011. 1. 13.
리오리엔트 예전에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에 이런 덧글이 달렸다(leopord, ). "저는 자본주의=유럽 혹은 자본주의=근대 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즉, 현대 경제학에서 말하는 자본주의라는 것은 허구라는 것입니다. (…) 우리나라 역사만 보더라도 이미 가격의 변동에 의해 물품의 공급과 수요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조선 중기만 하더라도 (물론 주류는 강제노역이었지만) 이미 노동시장이 있었고 일용직 노동자들과 고용하는 자들을 중개해주는 존재도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즉,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베블런의 표현으로 말하자면)가격체계[자본주의]는 이미 근대 이전부터 성립되어 있었다는 것이죠." seomaan 님은 이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그것이 현재와 다른 점은 .. 2011.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