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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그리고 곡성 월요일에는 박찬욱 감독의 를 봤고, 화요일에는 나홍진 감독의 을 봤다. 내가 과문한 탓이겠지만 에서는 헐겁지만 예쁜 인형극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류성희 미술감독의 팀은 '박찬욱 월드'의 디테일을 여지없이 보여주지만, 나는 이 스타일로 가득한 영화에서 어떤 해방감도 느낄 수 없었다. 원작의 통속성을 좀 다르게 바꾸고 싶은 욕망은 막연한 희망을 환상적으로 그려 보이는 데 그친다. 그렇지만 적어도 낭독회 씬은 공간을 향한 집요한 탐미주의가 빛을 발할 때다. 문소리와 김민희가 번갈아가며 연기한 장면들은 어쨌거나 강렬하다. 은 그 자체가 교묘하고 혼란스러우면서도 터무니없이 숭고한 궤변이다. 영화는 넓게는 인간의 고통에 대해, 좁게는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동진이 요약하듯이 인간은 '카오스의 공.. 2016. 6. 8.
민주주의 혁명과 사회민주주의의 두 가지 전술 『민주주의 혁명과 사회민주주의의 두 가지 전술』(돌베개, 2015) 늦은 밤에 레닌의 『민주주의 혁명과 사회민주주의의 두 가지 전술』 읽기를 마쳤다. 돌베개에서 내는 '더 레프트 클래식'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기획되었는데, 예전에 돌베개에서 냈던 '사회과학' 책을 재간하려는 것 같다. 표지를 새 장정으로 하는 건 좋은데, 인쇄 과정에서 바탕이 너무 어둡게 나와 짙은 색 글씨는 잘 안 보인다는 게 문제. 뒷날개에는 『제국주의』와 『공산주의에서의 '좌익' 소아병』, 『유물론과 경험비판론』도 재출간될 거라고 나와 있는데, 『유물론과 경험비판론』은 사서 읽어 볼까… 『민주주의 혁명과 사회민주주의의 두 가지 전술』은 1905년 러시아 혁명의 격동기에 쓰인, 볼셰비키의 강령적인 팸플릿이다. 봉건제 왕정의 붕괴가.. 2016. 6. 6.
'선량한 이주민'에서 '불량한 이주민'으로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 (2016. 04. 07) '선량한 이주민'에서 '불량한 이주민'으로 주류 다문화 담론과 반反다문화 담론의 공모 우리는 ‘다문화 사회’에서 살고 있다. ‘문화적 다양성’과 ‘관용’이라는 모토 아래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른 사람들과 공존해야 한다는 건 우리 시대의 상식에 속한다. 정부는 다문화정책지원센터와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결혼 이주 여성의 국내 정착을 돕고, 기업은 각종 다문화 관련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이주 노동자의 고용을 책임짐으로써 한국 사회의 다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그리고 일찌감치 시민단체는 다문화 정책의 진정성과 효율성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면서 다문화 정책을 다듬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여기에 방송이 한국말을 열심히 배우고 김장을 담그며 ‘어머니’와 .. 2016. 5. 29.
빚투성이 노동자, 새로운 정치를 꿈꿀 수 있을까?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 (2016. 04. 04) 빚투성이 노동자, 새로운 정치를 꿈꿀 수 있을까?금융화된 일상과 심화된 탈정치화 신용카드든 체크카드든 카드를 쓰지 않는 직장인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통장으로 입금되는 월급은 학자금대출이며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로 나가고, 어떤 이들은 재테크라는 명목으로 펀드나 저축보험 같은 유사예금상품에 가입해 국민연금으로는 모자랄 노후를 보장하려 한다. 이렇게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이 금융으로 꼼꼼하게 채워져 있다시피 한 지금, 임금만으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인식도 날이 갈수록 커진다. 그래서 숱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사람들은 주식과 부동산을 향한 열망을 포기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기존의 공장이나 작업장에서 이뤄져 왔던 노동자 투쟁과 별개로, 노동자의 일.. 2016.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