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7 뇌 없이도 생각할 수 있는가 “식물이 이처럼 다른 식물뿐 아니라 다른 종들과도 교류한다면 식물의 몸 안에서도 ‘생각’이 이루어지는 복잡한 과정과 비슷한 방식으로 어떠한 소통이 일어날 거라고 추측하는 것이 과연 지나친 상상일까?” (63쪽) 파코 칼보의 (하인해 옮김, 휴머니스트, 2025)는 식물에도 지능이 있을 수 있으며, 지능 또는 지성이 생물의 위계서열을 결정하는 자리에 놓일 수 없음을 신중하게, 그러면서도 강력하게 주장하는 책이다. ‘식물지능’이라고 하면 어쩐지 사이비 같다는 인상을 받기 쉬운데, 지은이는 최대한 과학적으로 접근함으로써(다시 말해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재현하며 논문을 쓰고 토론에 참여함으로써) 검증의 기나긴 길을 감당하려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책은 “1부. 지능의 관점으로 다시 보는 식물”, “2부. .. 2025. 5. 25. 단상 : 과학과 정치평론 (존칭생략) 1. 한윤형이 에서 염두에 둔 딜레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언'은 불가피하지 않느냐"인 것 같다. 여기에 칸트가 어설프게 개입되는 바람에 개념의 혼동이 온 게 아닐까(이 지적이야말로 어설픈지 모르겠다). 김우재는 초월적 논증과 과학적 논증 사이의 대립 구도는 순진할 뿐 아니라 무지의 소산이라고 비판하는 듯한데, 이 지점에 대해서는 김우재가 옳다(과학은 세계 '외부'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윤형은 여기에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2. 한윤형이 논객 내지 문사의 한계를 짚는 이유는 정치평론이란 언제나 실천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견의 과잉대표 현상과, 의견-실천의 괴리 내지는 연결점 부재에 있다. 여기서 김우재는 지적·실천적 도약으로서의 '초월'transcendent을 .. 2011. 1. 18. 개인적 지식 『개인적 지식』(마이클 폴라니, 표재명·김봉미 옮김 / 아카넷, 2001)은 물리화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마이클 폴라니의 저작이다. 이전에 에서 폴라니 집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마이클 폴라니는 『거대한 전환』을 쓴 칼 폴라니의 동생이다(leopord, ). 그러나 형의 후광에 가려져 있다거나 하지는 않다. 반대로 마이클이 형보다 더 알려져 있지 않나 싶다. 왜냐하면 『거대한 전환』이 나오기 전까지, 아니 그 후에도 칼 폴라니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반면, 마이클 폴라니는 과학철학에서 상당히 독보적인 위치를 점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정치적 행보도 무척이나 다르다. 두 사람 모두 맑스-레닌주의를 비판하지만, 칼 폴라니가 사회주의적 입장을 꾸준히 견지하는 것과 반대로, .. 2010. 12. 23. 호모 루두스 1. 『호모 루두스』(톰 지그프리드, 이정국 옮김 / 자음과모음, 2010)는 게임이론을 다룬 대중 교양서다. 하지만 게임이론보다 학계(특히, 물리학)의 최신 경향을 소개하는 데 급급해 정작 게임이론과 관련된 내용은 적다. 최정규의 『이타적 인간의 출현』을 먼저 읽은 독자라면 굳이 집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2. 톰 지그프리드는 게임이론의 미래를 몹시 낙관한다. 과학 저널리스트라는데,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에 소개된 '심리역사학'이라는 아이템을 활용한 건 적절한 '전략'이다. 그리고 "인간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최적의 전략을 탐색하는가?"라는 테마가 고대 로마의 자연법code of nature에서부터 아시모프, 폰 노이만, 존 내쉬 같은 천재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심 속에서 탐색되었다는 통찰도 흥.. 2010. 9. 1.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