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425

우리는 우리의 늙은 몸을 멸시한다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05.08) 우리는 우리의 늙은 몸을 멸시한다 애니메이션으로 재현된 '노쇠한 사이보그'로 일본 사회를 들여다보다 늙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늙음은 피할 수 없다. 영양섭취와 위생기술의 증진으로 평균수명은 전근대에 비해 비약적으로 상승했지만, 이젠 수명의 증가에 만족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건강이 최고의 미덕이 된 현대에서, 우리 몸의 노화를 최대한 늦추고 활동적이며 생산적인 육체를 만들려는 노력은 여러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늙은이는 더 이상 지혜를 가진 어른으로 대접받지 못한다. 그들은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덩어리’가 되어 간다. 은희경의 단편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의 제목을 따서 말하자면, 우리는 우리의 늙은 몸을 멸시한다. 이때 갈수록 향상되는 .. 2016. 6. 24.
'개독교'의 한가운데에서 사도 바울을 구출하라!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05.05) '개독교'의 한가운데에서 사도 바울을 구출하라! 바디우, 지젝, 아감벤이 주목한 야곱 타우베스의 '바울의 정치신학' 한국에서 기독교는 어느 순간 ‘개독교’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독교는 우리 사회의 지독한 보수성을 상징하는 한편, 하나의 신만을 믿는 일신교라는 성격과 타 종교에 대한 배타성 때문에 오늘날의 윤리인 다양성 존중과 어긋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기독교뿐만 아니라 알카에다와 IS, 유럽을 위협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는 종교의 배타성으로 인한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신교, 그중에서도 기독교의 논리를 정반대로 해석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조르조 아감벤 등 현대 정치철학자들은 기독.. 2016. 6. 23.
"여성의 자리는 타이프라이터다"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05.01) "여성의 자리는 타이프라이터다"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기록체계' 다시 읽기 우리가 쓰고 있는 컴퓨터는 계산기와 타자기가 결합된 형태를 갖고 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일 수 있지만, 컴퓨터에 타자 기능이 없었다면 이 물건은 그저 속도 빠른 계산 기계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만큼 글 쓰는 기계는 우리가 기술에 접근하는 가장 직관적이면서 일상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수기手記의 시대를 지나 컴퓨터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할 때 생략한 기계가 있다. 바로 타자기typewriter다. 오늘날 타자기는 제 기능을 컴퓨터에 넘긴 뒤 북카페 등에 진열되어 손님의 빈티지 취향을 저격하거나 수집가가 취미로 모으는 물건이 되었다. 그런데 독일의 매체이론가 프리드.. 2016. 6. 22.
지젝을 배반해 지젝을 구원한다?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04.28) 지젝을 배반해 지젝을 구원한다? 지젝의 정신분석학적 영화 비평에 대한 이론적 전환을 제안하다 슬라보예 지젝은 난해하기로 악명이 자자하지만, 도발적인 문제제기와 신랄한 문체 때문에 독자 대중에게 ‘철학계의 엘비스 프레슬리’로 알려진 철학자다. 슬로베니아가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에 속했던 시기에 이른바 ‘부르주아 철학’를 전공한 지젝은, 헤겔 철학과 라캉 정신분석학이라는 두 사유체계를 서로 연결해 마르크스를 새로이 읽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지젝은 급진적인 사유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에 균열을 내고 저 악명 높은 ‘변증법적 유물론’을 갱신하려 한다. 김서영 광운대 교양학부 교수의 「지젝의 정신분석적 영화 비평에 나타난 문제점 및 이론적 지평.. 2016.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