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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디토크라시 『크레디토크라시: 부채의 지배와 부채거부』(갈무리, 2016) 의 논리는 남반구의 부채거부/저항 운동을 북반구의 프롤레타리아트에 대입한 것이다. 이른바 저개발국은 제국주의/식민주의의 산물인 남반구의 부채를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없으며, 생태 자원과 남반구 인민의 수탈로 팽창한 북반구야말로 '생태부채'를 진 채무자이기에 기존의 채권-채무 관계는 뒤집혀야 한다는 것이다. 북반부의 주변부에 위치한 사람들, 학자금대출자, 파산자, 금치산자, 도시 빈민 역시 1%의 채권자를 위한 상환을 중단하고 채무불이행을 자유롭게 누리는 1%에게 적극적으로 책임을 묻자는 것이 '롤링 주빌리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하지만 로스 스스로도 부실채권의 폐기를 골자로 하는 롤링 주빌리는 "어떤 식으로든 부채 위기에 대한 실현 가능한 대.. 2016. 8. 26.
게일 루빈, 페미니즘을 급진화하다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08.21) 게일 루빈, 페미니즘을 급진화하다 '일탈적' 페미니스트를 통해 섹슈얼리티를 (재)사유하기 ‘페미니즘 전쟁’이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페미니즘 이슈가 치열하게 제기되는 요즘이다. 세월호 사태와 메르스 사태를 비롯해 ‘헬조선’의 현실에서 기인하는 불안을 배경으로, 공공연히 자행된 여성혐오misogyny와 여성 살해femicide가 이 시대를 사는 여성에게 불러일으킨 충격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메타 젠더주의자’ 정희진의 표현을 빌자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인 여성혐오는 2010년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다. 최근의 여러 보도에서 드러나듯 출판계에서 페미니즘 책의 판매량은 수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 여성학·젠더 .. 2016. 8. 25.
문명의 충돌인가, 야만의 충돌인가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08.08) 문명의 충돌인가, 야만의 충돌인가 IS와 유럽 극우파의 '적대적 공생'을 면밀하게 파헤치다 언제부턴가 이슬람국가(IS)의 테러는 여느 사건사고 기사처럼 일상적으로 우리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해 세계 각지에서 테러가 벌어지면 다들 으레 IS가 벌인 짓이겠거니 생각하고, IS는 기꺼이 그 테러가 자기들이 일으킨 짓이라고 주장하며 의심을 기정사실로 만든다. 끔찍한 테러의 결과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며, 우리는 그런 짓을 벌인 IS를 서슴없이 ‘극단주의적’이라고 비난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는 극우 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브렉시트 사태의 표면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반反이민 정서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선거 후보의 부상처럼, 극우파는 이민자에 대한.. 2016. 8. 11.
천만 관객 영화의 미학은 없다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07.25) 천만 관객 영화의 미학은 없다 영화의 관객성 분석을 통해 관객의 정치적 주체성을 탐색하다 요즘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사람은 흔치 않은 것만 같다. 우리는 집에서 VOD로, 길거리에서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영화를 볼 수 있는 세계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천만 관객 영화’에 대한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굳이 극장을 찾지 않더라도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에 놓인 우리가 어째서 굳이 극장을 찾는 것일까. 그만큼 천만 명의 관객이 보는 영화에 사회적이고 집단적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극장에 모이는 천만 명의 ‘무리’는 대체 누구일까. 거기에서 어떤 정치적 주체성을 탐색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유혹.. 2016.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