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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로마나는 정말로 평화로웠는가?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09.13) 팍스 로마나는 정말로 평화로웠는가? 로마 역사 이야기 속 평화의 베일을 벗기다 한국과 중국, 일본에 위·촉·오 삼국시대가 있다면 서양에는 로마사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로마사는 영미·유럽권 소설가들이 한 번쯤 다뤄 보고 싶은 소재인 것 같다. 로버트 그레이브스의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나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이 대표적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이후 한동안 시들했던 로마사가 최근 연이어 출간된 소설들을 통해 독자와 새롭게 만나고 있다. 특히 『스토너』로 국내 독자들에게 주목받은 작가 존 윌리엄스의 작품 『아우구스투스』(구픽, 2016)와, 『가시나무새』의 작가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교유서.. 2016. 10. 20.
복지국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08.27) 복지국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 복지국가와 조세의 계급적 성격을 정치경제학적으로 분석하다 지금은 논의가 살짝 시들해진 감이 있지만, 복지국가는 이미 일종의 당위로 사람들의 뇌리에 자리 잡은 듯하다. 지난 대통령선거만 해도 이른바 ‘진보진영’의 전유물처럼 논의되었던 복지가 보수 정당의 후보들 입에서 오르내렸다. 너나 할 것 없이 ‘복지 공약’을 내세웠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또한 자신의 공약을 실현해 낼 것을 다짐했다. 그녀의 ‘증세 없는 복지’가 실현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되는 지금, 다음 대통령선거에서도 또 다시 복지국가 건설을 둘러싼 공약 전쟁이 펼쳐질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복지국가와 조세: 그 계.. 2016. 9. 26.
내가 싸우듯이 『내가 싸우듯이』(문학과지성사, 2016) 정지돈의 소설집 『내가 싸우듯이』는 현학자의, 현학자에 의한, 현학자를 위한 소설 모음이다. 작가의 말조차 현학으로 가득 차 있다. 「건축이냐 혁명이냐」는 그게 매력이었는데, 「건축이냐 혁명이냐」를 비롯해 '우리들'로 묶인 단편들은 너무 수다스럽다. 그 수다스러움에 지치다 새벽녘이 조금 되기 전에 겨우 읽기를 마쳤다. 전체 단편 중에서는 「미래의 책」이 가장 나은 것 같다. 그의 글은 이론가가 꾸는 꿈, 혹은 이론이 꾸는 꿈 같다. 이론의 파편이 무한히 흩어지고 배열되면서 무한을 이루는, 텍스트의 퍼즐이 그 꿈의 형식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글은 영화와 닮아 있으며 영화 이미지를 쫓는 것 같다. 여기서 내러티브가 아니라 이미지라는 게 중요하다. 텍스트는 이미지가.. 2016. 8. 27.
160826 간만의 휴가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 앤드루 로스의 를 다 읽고 정지돈의 소설집 를 다시 읽는 중이다. 정지돈의 소설집 를 다시 읽으려니 이전에 읽은 단편들이 도통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미래의 책」은 생각보다 읽을 만했다. 페소아의 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읽을수록 그의 글은 정치적으로 반동적이라는 혐의를 나도 모르게 붙이고 있었다. 페소아의 이명異名인 베르나르두 소아르스는 너무 심약하고 예민한 인물이다. 그의 침울함과 무기력함은 내가 그에 이입하는 것을 방해했다. 나 또한 별반 다를 것이 없을 텐데도 이런 반응을 보였던 것은 일종의 자기혐오일까. 페소아/소아르스의 정반대편에는 레닌이 있을 것이다. 근대적인 인물figure의 스펙트럼 양극단에 선 두 인물, 페소아와 레닌. 레닌은 소나타를 가리켜 "이.. 2016. 8.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