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Voice25 열병 같은 봄이 지났다 열병 같은 봄이 지났다. 여름에는 어딘가 이성적인 구석이 있다. 작열하는 태양에 감성이 타들어 가기 때문이라고 둘러대 본다. 쏟아지는 비가 잠시 몸을 습기로 뒤덮지만 그때뿐이다. 아직 여름휴가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일을 핑계로 미적대다 하루이틀 짧게 어딘가 갔다 오는 게 전부일 것이다. 아직도 몸은 여름방학을 기억하고 있는지 놀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딱히 방학이라고 해서 어디 멀리 갔다 온 적이 없기 때문에 허파에 헛바람만 들락날락한다. 올해의 절반은 제법 길었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나는 그 안에서 도로 어려졌다. 아직도 자신이 어른이라는 자각이 없다. 어른, 꼰대, 그런 건 되고 싶지 않지만 "그만큼 나이를 먹었으면 나이값을 하란 말이다" 라고 되뇐다. 이걸 줄여서 '어른'이라고 하는 거겠지... 2017. 7. 7. 160826 간만의 휴가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 앤드루 로스의 를 다 읽고 정지돈의 소설집 를 다시 읽는 중이다. 정지돈의 소설집 를 다시 읽으려니 이전에 읽은 단편들이 도통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미래의 책」은 생각보다 읽을 만했다. 페소아의 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읽을수록 그의 글은 정치적으로 반동적이라는 혐의를 나도 모르게 붙이고 있었다. 페소아의 이명異名인 베르나르두 소아르스는 너무 심약하고 예민한 인물이다. 그의 침울함과 무기력함은 내가 그에 이입하는 것을 방해했다. 나 또한 별반 다를 것이 없을 텐데도 이런 반응을 보였던 것은 일종의 자기혐오일까. 페소아/소아르스의 정반대편에는 레닌이 있을 것이다. 근대적인 인물figure의 스펙트럼 양극단에 선 두 인물, 페소아와 레닌. 레닌은 소나타를 가리켜 "이.. 2016. 8. 26. 160614 정지돈의 『내가 싸우듯이』(문학과지성사, 2016)와 한병철의 『아름다움의 구원』(문학과지성사, 2016), 임성순의 『자기 개발의 정석』(민음사, 2016)을 샀다. 알라딘에서 『내가 싸우듯이』 유리잔과 『아름다움의 구원』 안경닦이 천, 이학사 세계철학사 연표를 붙여 주길래 그것도 골랐다(유리잔은 2,000 마일리지였다. 갈수록 내가 책을 사서 사은품을 덤으로 받는 건지, 사은품을 샀더니 책을 덤으로 받는지 모르겠다는 독자들이 나올 만하다). 『내가 싸우듯이』는 무선 제책인데도 덧싸개를 씌웠다. 덧싸개는 유산지 같은 재질로 되어 있고 뒷면에 글씨가 빼곡히 적혔다. 편집자와 디자이너 죽어 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한병철 책은 이젠 의무감에 산다. 좋든 싫든 지금 와선 그냥 모으는 시리즈가 되었다. 앞.. 2016. 6. 14. 한병철과 네그리 사이의 거리 "친절마저 상품이 된 시대, 혁명은 없다." (한겨레) 한병철은 네그리의 낙관주의를 비판한다. 이 세계에는 네그리가 주장하는 식의 다중(멀티튜드)이 아니라 고독인(솔리튜드)이 존재한다. 이 신자유주의 시대는 혁명이 불가능한 시대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노동자이면서 자기-경영자이기 때문이다. 자기-경영자는 타인이 아니라 자기를 착취한다. 고독인으로서의 '나'는 자기를 소진하며 조금씩 죽어간다. '나'는 '너'도, '우리'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나'는 고독자로서 사라져간다…하지만 한병철과 네그리 모두 푸코 식의 권력 개념을 자기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소화한다는 점에서, 이들 사이의 거리가 그토록 먼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푸코의 생명권력(bio-power)은 인구를 관리하고 생육하며 번성하게 하는 .. 2014. 10. 18. 이전 1 2 3 4 5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