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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히고 부인된 역사, 아이티 혁명을 기억하라!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05.16) 잊히고 부인된 역사, 아이티 혁명을 기억하라! 프랑스의 노예제폐지론에 기입된 '부인된 근대성'을 탐색하다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에 따라 이제 더 이상 노예는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는 건 이 시대의 상식에 속한다. 우리는 자유와 해방의 근대정신이 프랑스 혁명에서 시작되었다는 것 역시 당연한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잊힌 역사가 있다. 바로 아이티 혁명이다. 세계 최초의 유색인 혁명이자 대규모 노예 혁명으로 독립국을 세운 아이티인의 역사는 오늘날 빈곤과 절망의 대명사가 되었다. 아이티는 내분과 독재, 강대국의 개입과 막대한 부채, 만연한 부정부패와 환경파괴에 뒤이은 지진으로 ‘실패한 국가’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아이티 혁.. 2016. 6. 26.
봉기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05.12) 봉기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 에티엔 발리바르의 민주주의론으로 현대 민주주의를 파헤치다 4.13 총선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다. 과반의석 확보를 자신했던 여당은 후폭풍에 시달리고, 두 개 야당은 저마다 예상 밖의 성과를 거뒀다. 그 때문에 십수 년 만의 여소야대 국면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이 신문 지상을 가득 메웠다. 지난 총선은 ‘국민의 심판’이란 얼마나 무서우며, 시민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함으로써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사례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다. 진정 승리한 건 야당이 아니라 ‘민주주의’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투표를 통한 참여와 사회 변화를 강조하는 오늘날의 세태는 민주주의를 헌정 질서와 동일시하거나 그 안에서만 유효한 것으로 바꿔 버렸다. 투.. 2016. 6. 25.
우리는 우리의 늙은 몸을 멸시한다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05.08) 우리는 우리의 늙은 몸을 멸시한다 애니메이션으로 재현된 '노쇠한 사이보그'로 일본 사회를 들여다보다 늙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늙음은 피할 수 없다. 영양섭취와 위생기술의 증진으로 평균수명은 전근대에 비해 비약적으로 상승했지만, 이젠 수명의 증가에 만족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건강이 최고의 미덕이 된 현대에서, 우리 몸의 노화를 최대한 늦추고 활동적이며 생산적인 육체를 만들려는 노력은 여러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늙은이는 더 이상 지혜를 가진 어른으로 대접받지 못한다. 그들은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덩어리’가 되어 간다. 은희경의 단편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의 제목을 따서 말하자면, 우리는 우리의 늙은 몸을 멸시한다. 이때 갈수록 향상되는 .. 2016. 6. 24.
'개독교'의 한가운데에서 사도 바울을 구출하라!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05.05) '개독교'의 한가운데에서 사도 바울을 구출하라! 바디우, 지젝, 아감벤이 주목한 야곱 타우베스의 '바울의 정치신학' 한국에서 기독교는 어느 순간 ‘개독교’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독교는 우리 사회의 지독한 보수성을 상징하는 한편, 하나의 신만을 믿는 일신교라는 성격과 타 종교에 대한 배타성 때문에 오늘날의 윤리인 다양성 존중과 어긋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기독교뿐만 아니라 알카에다와 IS, 유럽을 위협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는 종교의 배타성으로 인한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신교, 그중에서도 기독교의 논리를 정반대로 해석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조르조 아감벤 등 현대 정치철학자들은 기독.. 2016. 6.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