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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Think220

091115 책 이야기 0. 몸이 낫고 나니까 이번에 마음이 어지러워졌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그걸 위해 난 무얼 해야 할까. 딱 그 고민. 머리는 쉬임 없이 돌아가는데 몸은 한없이 쉬고 싶어한다. 1. 장하준의 (형성백 옮김 / 부키, 2004)를 뒤늦게 읽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장하준은 개발도상국에게 자유무역과 자본시장개방 등을 강요한 워싱턴 컨센서스에 비판적이다. 공기업 민영화와 자본시장개방, 무역장벽 철폐가 경제성장의 도그마로 고착되었던 신자유주의 전성기에 장하준의 선진국 비판은 그저 철 지난 보호무역 옹호론으로 보일 수도 있었겠다 싶다(신자유주의의 기세가 한풀 꺾인 지금에 와선 각각의 입지는 뒤바뀐 것 같다.).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1841)에서 제목과 기본 방향을 가.. 2009. 11. 15.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1. 대략 7년 전쯤, 서울역의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한 적이 있다. 언제나 패스트푸드점은 가장 한계적인 임금을 자랑(?)하는데, 잘 알려져 있듯이 이 가장 작은 조직에도 승진이 있어서 크루crew로 불리는 알바들도 꾸준히 일하면 매니저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낮은 임금에 대한 불만은 일하는 아이들이 대부분 고딩이라는 점, 패스트푸드점 임금은 당연히 낮다는 인식, 그리고 (소수이긴 하지만) 승진에 대한 기대 때문에 어느 정도 상쇄되는 것 같았다. 어느 날이었다. 오래 일한 크루여서 주변에선 매니저 승진을 기대하던 누나에게 무심코 물었다. "알바들도 노조 만들 수 있지 않아요?" 그녀는 손사래를 쳤다. "안 돼. 노조 만들면 큰일 나!" 2. 노조 만들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젊은 알바들. 그래서 혁명이란 .. 2009. 10. 26.
[렛츠리뷰] 수학 재즈 0. 오랫만의, 게다가 시사IN이 아닌 일반(?) 도서로 렛츠리뷰 쓰는 것도 오랫만이다. 첫 렛츠리뷰였던 이후로 거의 1년만이다. (...) 1. (에드워드 B. 버거, 마이클 스타버드, 승영조 옮김 / 승산, 2009).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책은 수학에 대한 교육용 에세이다. 애초부터 청소년과, 수학과 멀어진 일반인을 타겟으로 잡고, '수학적 상상력의 무한함'을 컨셉으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 확률, 수열, 기하, 무한, 차원 등의 개념에 카오스 같은 비교적 최신 소재, 암호와 튜링머신 등 익숙한 소재도 섞었다. 각 분야마다 공식과 정리를 애써 설명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거꾸로 말해 이들을 최대한 피하면서 수학적 개념을 설명하려 노력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사실 수학 에세이로선 불.. 2009. 10. 8.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 1. 앤서니 기든스의 (김현옥 옮김 / 한울, 1997)는 (2001)의 예비작업으로 씌여졌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책은 투자은행(IB)과 민영화, 무한경쟁이 상징하는 신자유주의 개혁, 구 소련의 해체를 비롯한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 덧붙여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의 파도에 저항할 수 밖에 없는 복지국가 모델의 위기라는 세 가지 역사적 외부에 좌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기든스의 고민을 담고 있다. 2.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든스의 '제3의 길' 노선은 토니 블레어의 신노동당(New Labour Party) 강령이 되었고, 당내 개혁과 신노동당 집권기간의 영국은 끝내 책 제목과는 반대로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지 못한 채 극우파의 지렛대에 걸려 넘어진 것만 같다. 블레어는 기든스가 구상했던 길과 너.. 2009.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