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 & Think220 벤야민과 브레히트 『벤야민과 브레히트: 예술과 정치의 실험실』(2015, 문학동네) 에르트무트 비치슬라의 『벤야민과 브레히트: 예술과 정치의 실험실』(2015, 문학동네)은 당대의 가장 예리한 비평가와 작가의 만남을 다룬다. 동독 시기에 청년기를 보낸 저자 에르트무트 비치슬라는 현실 사회주의의 공식 시인 브레히트가 아니라 체제의 모순을 파헤치는 예술가 브레히트에 주목한다. 반면 벤야민은 동독에서 낯선 존재였고, 현실을 돌파하는 해방의 기획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에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비치슬라는 벤야민과 브레히트의 관계를 문헌학적으로 살펴보면서 두 사람의 우정이 맺어진 역사적 배경과 그들 사이의 교류가 갖는 정치적 의미를 탐색하고자 한다. 두 사람이 쓴 공식 논문을 비롯해 일기와 편지 등 다양한 출처의 기록을.. 2016. 4. 2. 노자가 망명길에 『도덕경』을 쓰게 된 경위에 대한 전설 노자가 망명길에 『도덕경』을 쓰게 된 경위에 대한 전설 베르톨트 브레히트 1나이 칠순이 되어 노쇠해졌을 때,선생은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나라에서는 선이 다시 쇠약해지고악이 다시 득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신발끈을 매었다. 2그는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별것은 없었지만 몇 가지를 이것저것.저녁이면 피우던 담뱃대와항상 읽던 얇은 책 따위,눈대중으로 흰 떡도 조금 챙겼다. 3산골짜기를 기꺼운 눈으로 되돌아보던 그는산길로 접어들자 이내 잊었다.황소는 싱싱한 풀을 반기며노인을 태운 채 천천히 씹으며 갔다.그것도 노인에게는 충분히 빠른 걸음이었으니. 4나흘째 되던 날 돌길에서세리 한 명이 길을 막았다."세금 매길 만한 귀중품은 없소?" ― "없어요."황소를 몰고 가던 동자가 말했다. "이분은 가르치는.. 2016. 4. 2.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2015, 반비) 임동근, 김종배의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은 팟캐스트 '시사통'에서 나눈 이야기를 책으로 낸 것이다. 책은 '정치지리학'의 관점에서 본 서울이라는 콘셉트로 쓰였다. 통치성이나 행위자연결망이론 같은 말은 거의 언급되지 않지만('통치술'이라는 말은 종종 나온다), 이론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금세 알아볼 것이다. 서울이라는, 권력과 자본과 욕망의 중심지를 대담 형식으로 비교적 쉽게 다루고 이런저런 야사를 종종 끄집어내기 때문에 그런 식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재들이 주된 타켓으로 보인다. 수많은 행위자가 상호 작용하며 만들어낸 연결망이 의도하지 않은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관점으로 읽지 않으면 그냥 야사 모음으로 끝날 위험이 있는데, 그 정도로 깊이가 얕은 책은 아.. 2016. 3. 22. 사도 바울, 캐롤, 김현 1. 김학철의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기쁨: 사도 바울과 새 시대의 윤리』(2016, 문학동네)는 현대 정치철학자의 이목을 끄는 사도 바울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최대한 평이하고 대중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쓰인 책이다. 읽으면서 바울의 「로마서」와 「고린도전서」를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책은 아무래도 야콥 타우베스의 『바울의 정치신학』의 그늘 아래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스쳐 지나간다(하지만 보다 직접적으로는 칼 바르트의 『로마서 강독』이 제시될 것이다). 김학철은 기독교의 밑바닥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있으며, 세속적 기준에서 가장 힘이 없고 어리석고 나약한 자들이야말로 가장 힘이 세고 지혜롭고 강인하다는 게 기독교 변증법의 핵심이라는 걸 강조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 그것은 .. 2016. 3. 5.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5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