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26 잊히고 부인된 역사, 아이티 혁명을 기억하라!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05.16) 잊히고 부인된 역사, 아이티 혁명을 기억하라! 프랑스의 노예제폐지론에 기입된 '부인된 근대성'을 탐색하다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에 따라 이제 더 이상 노예는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는 건 이 시대의 상식에 속한다. 우리는 자유와 해방의 근대정신이 프랑스 혁명에서 시작되었다는 것 역시 당연한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잊힌 역사가 있다. 바로 아이티 혁명이다. 세계 최초의 유색인 혁명이자 대규모 노예 혁명으로 독립국을 세운 아이티인의 역사는 오늘날 빈곤과 절망의 대명사가 되었다. 아이티는 내분과 독재, 강대국의 개입과 막대한 부채, 만연한 부정부패와 환경파괴에 뒤이은 지진으로 ‘실패한 국가’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아이티 혁.. 2016. 6. 26.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메멘토, 2016) 제이컵 솔의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는 회계의 역사를 일별하면서 회계를 통한 재무적 책임성이 국가와 문명의 번영과 몰락에 매우 큰 역할을 했음을 강조한다. 이때 재무적 책임성으로 번역된 accountability는 회계accounting를 통한 책임성responsibility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회계(학)와 자본주의를 동일시하면서 '건강하고 올바른 자본주의'를 제시하는 등 책에는 전형적인 자유주의적 주장이 들어 있다. 국내 학자가 쓴 부록에는 개성 상인의 복식부기 발견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자생적 자본주의'까지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르네상스 시기에 본격적으로 창안된 복식부기 회계에 신에 대한 믿음이 녹아 들어 있고(니체가 『도덕의.. 2016. 5. 29. 역사: 끝에서 두번째 세계 『역사: 끝에서 두번째 세계』(2012, 문학동네)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의 『역사: 끝에서 두번째 세계』는 그의 지독한 반(反)헤겔주의를 정확하게 드러내는 저작이다. 내가 크라카우어의 『역사』를 읽고자 했던 것은 발터 벤야민 그리고 테오도어 아도르노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어떤 징검다리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징검다리는 순순히 두 입장을 절충하거나 연결해 주지 않는다. 크라카우어는 앞서 말한 대로 반헤겔주의자로서 역사의 총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한다. 그는 역사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속성을 가진 철학도, 이야기라는 서사적 형식을 통해 인간의 삶을 재현하는 예술도, 역사를 자연처럼 다루는 과학도 아니라고 말한다(하지만 서사적 형식과 과학적 탐구라는 영역에 한해서는 역사에서의 역할을 부분적으로 승인한.. 2016. 2. 15. 독재자들 : 히틀러 대 스탈린, 권력 작동의 비밀 『독재자들 : 히틀러 대 스탈린, 권력 작동의 비밀』(교양인, 2008) "동지들, 히틀러와 스탈린은 잘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을 요약하면 저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리처드 오버리는 기존의 '전체주의' 연구가 독재자들의 절대 권력을 과장한다고 비판하면서 『독재자들』의 집필 의도를 밝힌다. 두 독재 체제가 단순히 위로부터의 억압과 강제에 의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동의에 기반했다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고자 두 체제가 성립된 역사적 배경과 개인숭배의 대중적 기원, 종교의 파괴와 경제의 종속, 정권 내내 계속된 숙청과 투옥, 잔혹한 전쟁과 수용소 등을 폭넓게 조명한다. 독일과 소련의 통치자와 피치자는 약속된 새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투쟁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 2015. 2. 21.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