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26

다시쓰는 근대세계사 이야기 『다시쓰는 근대세계사 이야기』(로버트 B. 마르크스, 윤영호 옮김 / 코나투스, 2007)는 유럽 중심주의에 경도된 세계사를 세계화와 생태학적인 면으로 다시 살펴보자는 콘셉트로 쓰여진 개론서다. '세계화'로 번역되었지만, 나는 지구화globalization가 더 적합한 표현이라고 본다. 언뜻 보기로는 안드레 군더 프랑크의 『리오리엔트』와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섞어놓았다는 인상이다. 학부 1학년생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대중서라 깊이를 기대하기보단, 15~19세기까지의 세계사를 교과서로 다시 본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리오리엔트』에 대한 사전 작업 겸, 내가 알고 있는 세계사 지식을 재확인해 보는 작업으로 삼았다. 요점은 '서구의 부상'도, 그 근거로 들이밀어지는 경제적 우.. 2010. 11. 22.
유사역사학 비판 단상 이제는 '환빠'라는 말보다 '유사역사학'이라는 말이 나름 영향력을 갖게 된 것 같다(이게 이글루라는 작은 생태계에 국한되는지, 조금 더 넓은 영역까지 나아갔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유사역사학을 비난하기만 하면, 담론의 취약성을 공격하기만 하면, 그것으로 유사역사학에 매몰된 사람이 '치유'될까? 유사역사학 비판 자체는 '합리적'이다. 『환단고기』만 봐도, 역사라기보다는 '전설'에 더 가깝다(그조차 '가공된 전설'일 가능성이 높지만.). 특히 고대사는 다른 역사 분야보다 더욱 더 사료와의 싸움이고(그런 의미에서 역사가의 진정한 적은 '시간'이다. 시간은 진실뿐만 아니라 왜곡과 과장, 오류마저 마모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기록 자료의 한계 때문에 고고학, 인류학과의 연계가 불가피한 분과다. 그래서 아무리.. 2010. 10. 29.
그람시의 옥중수고 2 - 철학·역사·문화편 『그람시의 옥중수고 2 - 철학·역사·문화편』(안토니오 그람시, 이상훈 옮김 / 거름, 1999)에는 교육 분야, 이탈리아 역사, 철학 일반과 맑스주의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그람시의 논평이 담겨 있다. 문화 이론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그람시의 옥중수고 1 - 정치편』보다 더욱 심화된 주제를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한편으로는 사변적인 내용이 많고 이탈리아 근대사-'이탈리아 통일'로 알려져 있는 리소르지멘토(국토 회복 운동)-를 다루고 있어, 읽기가 순탄치만은 않다. 그람시는 파시스트 정권 아래에서 옥살이를 한 탓에 맑스주의나 당 활동과 관련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때문에 특정 용어를 감추거나 다른 말로 바꿔쓰는 식으로 우회로를 찾아야 했다. '하위 주체'subaltern 같은 용어가 태어난 배경이.. 2010. 10. 25.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1. 이번에 읽은 책은 리오 휴버먼의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리오 휴버먼, 장상환 옮김 / 책벌레, 2000)다.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읽기 전에 경제사적 흐름을 어느 정도 다시 살펴보고 싶었다. 다음 단계로 『다시 쓰는 근대세계사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다. 2.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는 독자층을 분명하게 잡고 있다. 바로 노동계급이다. 리오 휴버먼은 미국의 좌파 잡지 의 창간자 겸 편집자로서 평생을 살았다. 노동자 대중이 근대 경제사를 알기 쉽도록 하기 위해 흥미로운 사례를 인용하고, 경제학적 개념은 최대한 성실하게 풀어 썼다. 자본주의의 형성 과정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휴버먼의 입담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 것 같다. 이야기꾼의 재능과 지적 성실성이 대중을 향해 결합할.. 2010.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