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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itherSide426

Coldplay - Violet hill 콜드플레이의 노래를 드문드문 들었고, 사실 나는 그들의 대표곡을 알지 못했다. 아마 들어보면 알 것이었다. 하지만 제목까지 어찌 알까. 음악의 우울함과, 허무감이 주는 약간의 여백은 라디오헤드와 곧잘 비교되고 종종 혼동되는 그런 것이었다. 최근 앨범 Viva la vida and Death or all his friends 는 담담하나 강력했다. 전체적으로 경건하고 다부진 곡들은 다소 심심했지만 Viva la vida(인생 만세!)에 가서 높이높이 고양되었고, 고양감은 급기야 보랏빛 언덕(Violet hill)으로 내려갔다. 노래로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들의 출사의 변은(bling 8월호)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았다. 나는 고양감이 뚜렷하게 드러났던 Viva la vida를 더 좋.. 2008. 8. 20.
[다크나이트] 왜 그렇게 심각하냐구? 1. 다크나이트. 배트맨의 애칭인 이 '어둠의 기사'는 이글루스만 봐도 영화 오타쿠 내지는 본인을 포함한 카피오타쿠들에게 하나의 선물이고 헌사이다. 영화는 대놓고 외치고 있다. 이것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사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변종임이 분명하지만. 너무 많은 말들이 오가서 더 이상 중언부언 말을 쓰고 가져다 붙이는 게 무의미하기까지 느껴진다. 국내 흥행성적은 미이라3보다는 못 해도 평가는 가히 압도적이다. 아니, 영화 자체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스펙터클한 연출, 빠르고 깔끔한 편집, 어둡고 강력한 캐릭터의 향연, 그들이 고담시를 무대로 펼치는 묵직한 드라마가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펼쳐질 때, 어떻게 영화 속으로 빠져들지 않겠는가? 이 영화는 배트맨이라는 수퍼히어로 아이콘을 사.. 2008. 8. 12.
지친 몸을 누이고 잠들다 깨어보니 언니네이발관 5집이 나왔단다. 얹그저께 발매되었단다. 언니네이발관 5집 '가장 보통의 존재'가. 디지털 음원을 거부하고 테이프 레코더마저 동원하면서 아날로그 음색을 살리고 싶어하던 그들의 욕심이 어떤 결과로 튀어나왔을까. 5집 앨범이 계속 미뤄진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뜩이나 까칠한 보컬 이석원 씨가 오죽 욕심을 낼까 싶었다. 신문과의 인터뷰하기로는 녹음에만 2년이 걸렸고, 믹싱을 15번, 마스터링을 8번 하기도 했다는데, 지나치게 집착하고 만들다 내치고 만들다 내치고를 반복한게 아닐까 생각했다. 밴드의 완벽주의적인 성격과 느슨한 활동 덕에 새 앨범이 나오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하지만 4년이라면 기다려 볼만 했다. 2004년 순간을 믿어요 앨범이 나온 뒤 파티도 열고 방송 활동도 했던 그들이, 간간히 공연도 하면서,.. 2008. 8. 12.
무진기행 (김승옥 소설집, 1962 ~ 1979, 문학동네)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km' 라는 이정비(里程碑)를 보았다. 그것은 옛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길가의 잡초 속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내 뒷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시작된 대화를 나는 들었다. "앞으로 십 킬로 남았군요." "예, 한 삼십 분 후엔 도착할 겁니다." 그들은 농사관계의 시찰원들인 듯했다. 아니 그렇지 않은지도 모른다...... 내가 고등학생 시절이었을 것이다. 김승옥 선생의 '무진기행(霧津紀行)'이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것은. 사실 내게 무진기행은 좀 불편한 소설이었다. '베스트셀러'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혐오 때문만이 아니라, 내겐 어찌된 노릇인지 이 소설이 마치 더러워진 거울이나 뭐나 되는 것처럼 왠지 찝찝했다. 차라리 청춘로맨스 소설이었던 강.. 2008. 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