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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이 김병익에게 보낸 편지 "병익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지만, 문제는 성실성이지, 기교가 아닌 것이다." (김현) ==============================================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것을 와해시키는 (반성을 통해서) 작업이라고 할 만한 것이 그들의 주제인 것 같다. 조금 더 열심히 읽으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테마―과연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가 이곳에서도 계속 문제되고 있다. 64년에 그것을 주제로 회합이 열린 모양인데, 그곳에서 Sartre가 대단한 공격을 받은 모양이다. ① 그의 engagement 이론은 부르죠아 사회의 윤리관의 변형이라는 것이고 ② 그의 라는 명제는 엉터리라는 것이다. 그런 것의 이론적 근거를 구조주의가 제시해.. 2016. 2. 22.
역사: 끝에서 두번째 세계 『역사: 끝에서 두번째 세계』(2012, 문학동네)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의 『역사: 끝에서 두번째 세계』는 그의 지독한 반(反)헤겔주의를 정확하게 드러내는 저작이다. 내가 크라카우어의 『역사』를 읽고자 했던 것은 발터 벤야민 그리고 테오도어 아도르노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어떤 징검다리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징검다리는 순순히 두 입장을 절충하거나 연결해 주지 않는다. 크라카우어는 앞서 말한 대로 반헤겔주의자로서 역사의 총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한다. 그는 역사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속성을 가진 철학도, 이야기라는 서사적 형식을 통해 인간의 삶을 재현하는 예술도, 역사를 자연처럼 다루는 과학도 아니라고 말한다(하지만 서사적 형식과 과학적 탐구라는 영역에 한해서는 역사에서의 역할을 부분적으로 승인한.. 2016. 2. 15.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2004, 문학동네) 수잔 벅 모스의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읽었다. 이 책은 발터 벤야민이 남긴 「파사젠베르크」 유고 혹은 「아케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개론서 같은 것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여기서 벅 모스는 탐정이 되어 발터 벤야민의 유고를 그의 생애와 함께 살펴본다. 그녀에게 탐정이라는 비유를 불쑥 들이대는 것은, 파사젠베르크는 존재하지 않는 책이기 때문이다. 발터 벤야민의 일생일대의 기획, 말 그대로 그가 온 생애를 건 지적 도박은 결코 한데 모아지지 못했다. 「파사젠베르크」는 자본주의 세계의 잿더미를 표상하려는 불가능한 시도였다. 본인이 직접 문서고를 뒤져 얻어낸 오래된 신문 기사, 광고 문구, 소설에서 끄집어낸 인용문 따위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 2016. 2. 1.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중에서 "벤야민이 말했듯이, 혼란을 보여주는 것은 혼란스럽게 보여주는 것과는 다르다." =========================================================================================== 하나의 서사틀 안에서 「파사젠베르크」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실패하게 마련이다. 단편들은 해석자를 의미의 심연으로 밀어넣으며, 바로크 알레고리 작가의 우울에 필적하는 인식론적 절망으로 위협한다(나는 지난 7년 동안 그러한 절망에 빠지고 싶은―아니면, 벤야민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기치 아래 기호학적 자유낙하를 즐기고 싶은―달콤한 유혹을 느낄 때가 많았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벤야민은 그런 작가가 아니다. 그리고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자의성에서 구해내.. 2016.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