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익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지만, 문제는 성실성이지, 기교가 아닌 것이다."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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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것을 와해시키는 (반성을 통해서) 작업이라고 할 만한 것이 그들의 주제인 것 같다. 조금 더 열심히 읽으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테마―과연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가 이곳에서도 계속 문제되고 있다. 64년에 그것을 주제로 회합이 열린 모양인데, 그곳에서 Sartre가 대단한 공격을 받은 모양이다. ① 그의 engagement 이론은 부르죠아 사회의 윤리관의 변형이라는 것이고 ② 그의 <시의 언어는 사물이고, 산문의 언어는 도구이다>라는 명제는 엉터리라는 것이다. 그런 것의 이론적 근거를 구조주의가 제시해주고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소개도 그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Adorno의 「美學」은 대단한 평가를 받고 있다. 곧 번역되어 출간이 될 모양인데, 개관을 한 해설문에 의하면 너와 나의 중간쯤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① 예술은 어떤 경우에도 그 사회의 모습을 (슬픔과 절망을) 표현한다는 것이고 ② 루카치류의 내용/형식의 구별은 프로파간다 예술과 혁명적 예술을 구별 못 하게 한다는 점이 그렇다. 정직하게 사고해나가면 결국 한곳에서 모두가 만난다는 것을 나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 프랑스를 철저하게 알고 싶다는 생각은 그래서 工業기술사회인 선진국 프랑스에서 개발도상국의 지식인은 어떤 포즈를 잡을 수 있는가를 관찰하는 것이 더 옳겠다는 생각으로 바꿔가고 있다. 병익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지만, 문제는 성실성이지, 기교가 아닌 것이다.
- 김현, 『행복한 책읽기: 김현 일기 1986-1989』, 168쪽, 김현이 김병익에게 보낸 편지 (1974. 11. 10)
* 김현의 수기 복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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