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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Think

무지와 오독

by parallax view 2010. 11. 19.
내내 Read & Think 카테고리의 글들에 엮인 링크를 정리했다. 이글루에서 이사하는 프로그램을 쓰고 나니, 링크가 섞여버렸던 것이다(보는 사람도 없는데 왜 이렇게 사서 고생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이 고스란히 글에 담겨져 있다는 것도 새삼 확인했다. 개념은 혼동되고, 지식은 부정확하다. 가리키는 대상은 같은데, 그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한나 아렌트가 그렇다. 『혁명론』에 대한 내 입장은 처음 책을 읽었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다르다. 프랑스 혁명 전통이 과연 자치 공동체를 무시했을까? 내가 너무 쉽게 미국식 공화주의에 경도된 건 아니었을까?

한편, 작년만 해도 폴라니에 대해 많은 부분을 과장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2009년 폴라니 3세트 : <시장을 사회에 착근시켜라>,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서평에서 못다한 이야기>). 이건 쉽게 열광하고 들뜨는 내 못된 습관 탓이다. 조금 더 신중해도 되련만, 곧잘 과장법을 섞곤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유무역은 필수라는 공리에도 많이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경제학을 완전히 배격하지는 못한다. 주류경제학의 한계가 점점 가시화된다 해도, 자유주의 경제학으로 읽어낼 수 있는 흐름이 분명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뭐든 제대로 알아야 까지. 이건 무지에 대한 고백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을 밝히는 걸 꺼리는가 보다. 특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왜 몸을 사리는지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섣불리 한 마디 했다가 틀리기라도 하면 쉬이 부끄러워지는 것이다. 게다가 배우는 입장에서 함부로 자기 분야에 대해 말하는 게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고 걱정할만도 하다.

나는 뭐, 이제 와서 내 무지와 오독을 피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저 계속 읽고 듣고 지적하고 종종 지적받으면서 고치고 또 고쳐야지. 무모하지만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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