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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니12

무지와 오독 내내 Read & Think 카테고리의 글들에 엮인 링크를 정리했다. 이글루에서 이사하는 프로그램을 쓰고 나니, 링크가 섞여버렸던 것이다(보는 사람도 없는데 왜 이렇게 사서 고생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이 고스란히 글에 담겨져 있다는 것도 새삼 확인했다. 개념은 혼동되고, 지식은 부정확하다. 가리키는 대상은 같은데, 그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한나 아렌트가 그렇다. 『혁명론』에 대한 내 입장은 처음 책을 읽었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다르다. 프랑스 혁명 전통이 과연 자치 공동체를 무시했을까? 내가 너무 쉽게 미국식 공화주의에 경도된 건 아니었을까? 한편, 작년만 해도 폴라니에 대해 많은 부분을 과장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2009년 폴라니 3세트 : ,.. 2010. 11. 19.
거대한 전환 처음 『거대한 전환』(칼 폴라니, 홍기빈 옮김 / 길, 2009)을 이야기했을 때가 작년 3월이다. 을 통해 김대호 씨를 비판했을 때, 『거대한 전환』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를 읽으면서 폴라니 사상을 개략적으로 잡아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거대한 전환』을 읽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버렸다. 사실 칼 폴라니(1886-1964)의 자본주의 비판은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자본주의 (생산·유통·소비) 체제는 허구이고, 가격를 매개로 해 스스로 조절하는 시장(자기조정 시장)은 유토피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생산요소인 노동, 토지, 자본은 원래 상품이 아닌 인간, 자연, 생산 조직을 억지로 상품화한 결과이기 때문이다(상품 허구.. 2010. 11. 12.
책세상문고 서평 홍기빈의 (홍기빈 / 책세상, 2001)는 현대 자본주의의 경제 이데올로기를 뒤집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기빈은 시장과 화폐가 역사의 발전 도상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출현했다는 통념이 어째서 허구인가를 보여 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5장과 제1장을 적절한 입담을 붙여 친절하게 풀어썼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군인soldier의 어원이 화폐를 뜻하는 라틴어 solidus에서 왔다는 데서 알 수 있듯, 시장과 화폐는 전쟁과 뗄 수 없는 것이었다(약 천 년 뒤 서유럽에서 채권이 최초로 발행된 이유는 전쟁자금 조달에 있었다는 것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전쟁을 통해 팽창한 아테네는 특히 많은 군인이 필요했고, 그 수를 빈민 계급에게서 충당했다. 폴리스는 가정경제oikonomi를 꾸릴 수 없는 빈민의.. 2010. 5. 19.
칼 폴라니 : 서평에서 못다한 이야기 0. 앞서 이야기한 칼 폴라니의 (2002) 서평에서 못다한 것들에 대해. 1. 지난 서평에서 묘사된 폴라니는 자칫하면 조합주의자 정도로 밖엔 보이지 않을 위험이 있었다. 노동조합-생활협동조합-공정무역-사회적 기업-지방자치단체-진보정당을 엮는 풀뿌리 공동체의 건설이라는 '대안'은 에서 일부 제시했지만, 사실 그건 폴라니가 중점적으로 제시한 대안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의 설레발에 발이 묶인 셈이 되었는데 그 정도 착오야 감내하겠다. 2. 다만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그의 소책자 에서 제시한 노동조합-산업결사체-소비자협동조합(생협)-사회주의적 자치단체-사회주의 정당의 연계란, 1920년대 당시 유럽 각국에 널리 퍼져있던 노동세력 조직을 최대한 잘 활용하자는 전략에 .. 2009.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