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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관객 영화의 미학은 없다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07.25) 천만 관객 영화의 미학은 없다 영화의 관객성 분석을 통해 관객의 정치적 주체성을 탐색하다 요즘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사람은 흔치 않은 것만 같다. 우리는 집에서 VOD로, 길거리에서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영화를 볼 수 있는 세계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천만 관객 영화’에 대한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굳이 극장을 찾지 않더라도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에 놓인 우리가 어째서 굳이 극장을 찾는 것일까. 그만큼 천만 명의 관객이 보는 영화에 사회적이고 집단적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극장에 모이는 천만 명의 ‘무리’는 대체 누구일까. 거기에서 어떤 정치적 주체성을 탐색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유혹.. 2016. 7. 26.
혁명의 한가운데에는 늘 여성이 있다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07.13) 혁명의 한가운데에는 늘 여성이 있다 러시아 혁명에서의 여성과 페미니즘 운동 지금은 다들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이는 투표권은 투쟁의 산물이다. 역사는 아무것도 아닌 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려 할 때마다 이미 권리를 보유한 이들에 의해 번번이 가로막혔음을 증언한다. 남성 노동자와 농민, 도시 빈민이 투표권을 획득하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여성이 투표권을 얻는 건 더욱더 험난했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투표를 하기에는 너무 미숙하고 집안일에 충실해야 한다는 논리로 일관했다. 그 때문에 영국에서는 더욱더 가열한 참정권 투쟁이 일었고, 에밀리 와일딩 데이비슨 같은 투사는 경마 경기 중 장내에 뛰어들며 “여성에게 투표권을!”을 외치다 말에 치어 죽기까지 했다. 그렇게.. 2016. 7. 14.
"그냥 우리는 정말 힘이 없단 걸 느껴요." 리뷰 아카이브 기고문(16.07.04) "그냥 우리는 정말 힘이 없단 걸 느껴요." 중국 선전시 일대의 사회복지사를 통해 본 중국의 청년/계급 문제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로 고도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있다. 그만큼 도시 내 빈부격차는 물론 도농격차도 가속화되는 중이다. 가속화된 경제의 폐해는 폭스콘 노동자의 연쇄 자살로 표출되기에 이르렀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 세계 주요 IT 기업의 생산 기지 역할을 해 온 대만계 초국적 기업 폭스콘은 그 사건으로 중국 국내외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그 때문에 중국 정부에서도 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을 일시적, 부분적으로나마 해소하는 방안으로 ‘사회복지’를 끌어들이고 있다. 그런데 중국 ‘사회복지’의 풍경은 우리에게도 무척 익숙하게 다가온다. 복지의 책임을 철저하게 개.. 2016. 7. 12.
환상의 빛 지난 일요일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초기작 을 봤다. 어느 한 장면 허투루 찍은 게 없었다. 회화적이고 정적인 구도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역시나 '90년대 영화'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서는 꾹꾹 눌러 담은 밥처럼 단단히 뭉쳐졌는데, 인물의 정서는 오로지 풍경을 통해서만 밖으로 드러난다. 인물에게 쉽게 곁을 주지 않고 멀리서 관조하는 카메라는 정서를 쉽게 폭로하려 하지 않는 미덕을 고수한다. 물론 친절한 서사를 기대하는 관객에게 그만한 악덕은 없을 것이다. 영화를 보다 문득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실사 영화' 이 떠올랐다. 몇 가지 구도(타이완의 한 도시를 인물과 함께 포착한 신이라던지, 카메라가 골목을 헤매는 인물을 쫓는 신이라던지)가 인상적인 영화였다. 그 영화와 의 차이가 무엇일까 생각해 .. 2016.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