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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Think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by parallax view 2016. 3. 22.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2015, 반비)


  임동근, 김종배의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은 팟캐스트 '시사통'에서 나눈 이야기를 책으로 낸 것이다. 책은 '정치지리학'의 관점에서 본 서울이라는 콘셉트로 쓰였다. 통치성이나 행위자연결망이론 같은 말은 거의 언급되지 않지만('통치술'이라는 말은 종종 나온다), 이론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금세 알아볼 것이다. 서울이라는, 권력과 자본과 욕망의 중심지를 대담 형식으로 비교적 쉽게 다루고 이런저런 야사를 종종 끄집어내기 때문에 그런 식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재들이 주된 타켓으로 보인다. 수많은 행위자가 상호 작용하며 만들어낸 연결망이 의도하지 않은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관점으로 읽지 않으면 그냥 야사 모음으로 끝날 위험이 있는데, 그 정도로 깊이가 얕은 책은 아니다(임동근 샘이 박사 논문을 1,000쪽짜리 책으로 준비하고 있다는데... 과연 낼 수 있을까). 


  체비지라던가 그린벨트 지정의 속내라던가 반상회의 기원 같은 이야기는 평소에 잘 몰랐던 것이기 때문에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광주대단지 사건처럼 도시 봉기가 지배세력에게 주는 충격은 굉장히 커서, 성남시가 만들어지고 잠실이 개발된 것도 그 때문이라는 해석은 신선했다. 대부분의 도시 정책은 봉기를 예방하거나 억제하기 위한 것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마셜 버먼이 『견고한 모든 것은 공기 속에 녹아내린다: 근대성의 경험』(한국어판 제목: 『현대성의 경험』)에서 이야기했듯이, 오스만이 설계한 19세기 파리가 인민이 바리케이드를 놓고 봉기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설계된 것처럼. 


  한편 주거와 관련된 용어는 생활과 제법 밀접한데도 여전히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내 관심이 너무 편향된 것이겠지. 책은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서울의 변천사를 통시적으로 다루는데, 행정가로서는 고건 전 서울시장을 높이 평가하고 현재로 갈수록 시장들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 비록 박원순 시장 1기에 한정된 이야기겠지만, 마을만들기 사업을 비롯한 정책 구상의 비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방자치에 대한 비판적 관점도 엿볼 수 있는데, 신자유주의 추세와 지방자치가 같이 간다는 점과 기초단위로 갈수록 지방 유지에 의한 토호 정치가 되어 간다는 점을 특히 비판하고 있다. 


  비교적 테크노크라트에 우호적인 면도 있다.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점에서 자치=민주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장애로 작동한다는 것 때문이다. 그런 점이 약간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정책을 기획, 입안하고 실행할 때 막연히 숙의나 합의에 호소할 수만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