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시즘은 철학적 개념의 히말라야 산맥이지만, 히말라야에서 뛰어노는 꼬마 토끼가 계곡의 코끼리보다 더 크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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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치Lukács의 『체험된 사유 말해진 기억Pansée vécue Mémoires parlées』(L'arche, 1986)은 루카치를 이해하는 데 아주 유용한 책이다. (…) 내 주의를 끈 몇 개의 문단:
(…) 5. "제가 보기엔 스탈린주의의 실재적 본질은 이렇소. 노동 운동은 이론적 차원에서 마르크시즘의 실천적 성격을 계속 인정하지요. 하나 실천에서는 사물에 대한 깊은 이해가 그 행동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지요. 반대로 행동의 전술 때문에 사물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재구성되는 거지요. 마르크스와 레닌에게서는, 사회 발전, 어떤 방향으로 가는 기본 노선이 제일 여건이었소. 어떤 시대에서나 어떤 전략적 문제는 이 기본 노선의 내부에서 제기되오. 전략적 선택에서 생겨나는 문제들도 이 기본 노선에서 생겨나오. 스탈린은 그것을 뒤집어버렸소. 그는 전술 문제에 기본적 중요성을 부여했고 거기에서 일반 이론을 읽어냈소. 그래서 스탈린은 스탈린-히틀러 조약 때 히틀러와 맞서 올바른 전술을 구사했으나 거기에서 일차 대전과 이차 대전은 비슷하다는 완전히 잘못된 이론적 결과를 이끌어냈지요"[145~46]. 루카치가 스탈린을 비난하는 척하면서도 사실은 스탈린을 공적으로 비난하지는 못하는 것이 공포 때문인지, 신념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가 스탈린주의를 어느 정도는 옹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그것은 정치적 측면에서 특히 그러하다. 트로츠키에 대한 그의 지나치게 격렬한 반발은 이해하기 힘들다. (…)
6. "마르크시즘의 가장 결정적인 부분으로 내가 생각하는 생각은 사회적 존재의 기본 범주는 역사적 범주라는 생각이며, 이것은 모든 존재 형태에 대해 진실이오. [……] 마르크시즘에서는 사물의 범주 존재가 사물의 존재를 구성하지만 옛 철학에서는 범주 존재가 현실 범주가 발전되어가는 기본 범주요. 역사란 범주 체계 내부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오. 역사란 반대로 변주 체계의 변환이오"[201].
재미있는 루카치의 비유 하나: "마르크시즘은 철학적 개념의 히말라야 산맥이지만, 히말라야에서 뛰어노는 꼬마 토끼가 계곡의 코끼리보다 더 크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159]. 꼬마 토끼le petit lapin라…… 자신을 계곡의 코끼리보다 더 크다고 믿는 꼬마 토끼가 이 나라엔 오죽이나 많은가!
- 김현, 『행복한 책읽기: 김현 일기 1986-1989』, 100~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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