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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Think

감상/비평에 대한 단상

by parallax view 2005. 10. 13.
감상과 비평의 차이는 뭘까.
히스 님의 블로그에서 트랙백



사실 텍스트를 읽을 때 비평이론 같은 건 몰라도 별 상관 없습니다. 또 굳이 일일히 비평해가면서 읽을 필요도 없지요. 글은 글대로 그냥 즐기면서 읽는다면 그게 베스트일 겁니다.

다만 저 유명한 한 마디, "아는 만큼 보인다" 는 말대로 같은 텍스트라 해도 문예이론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읽은 뒤의 감상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질적 차이는 확연합니다. 즉, 글이 겉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이상을 보기 위해, 글이 '드러냄으로써 감추고 있는 것'을 조금이라도 맛보기 위해서는 약간의 지식이 필요할 테지요.
(저도 비평이론 등은 아예 무지합니다. '조금' 안다고 해서 그게 아는 건가요. 빈수레만 덜그럭덜그럭)

많은 경우, 감상과 비평은 혼동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역시 이 거대한 누리그물에서는 누구나 정보의 생산자가 될 수 있음으로써 그 동안 오피니언 리더 혹은 나름의 언론권력을 확보한 인텔리의 생산영역이던 비평이 다수에게 돌아간 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는 장점과 "그 중에 태반은 아마추어리즘의 극치" 라는 단점이 한꺼번에 드러난 때문이겠죠.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자신의 감상을 마치 비평인 양 그럴싸하게 포장하거나 그럴 솜씨도 없는 경우는 아예 불도저식으로 자기 감상을 타인에게 절대적으로 강요하는 사람들입니다. 아래의 포스트에 트랙백했던 악플찌질이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지적 소아에 불과하죠.


문제는 이 넓은 누리그물에서 그런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 이 포스트 트랙백의 원점은 한 가지 의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감상과 비평은 어떻게 다를까?"

너무나 많은 감상들이 비평으로 치장되어 해변의 모래알처럼 그득한 누리그물에서 그런 질문 자체가 무의미한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오만과 편견을 걷어치우고 자신의 감상을 그것대로 솔직하게 말한다면 그것이 최고의 감상문인 것이고, 그것에 맥락 상의 분석에 덧붙여 이론적인 뼈대까지 깔아준다면 금상첨화인 비평이겠죠.


비평이라는 게 언뜻 쉬워보여도 생각보다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죠. 비평을 위한 비평은 물론 피해야 하지만, 비평은 작품에 대한 나름의 애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작품을 사랑한다는 것이고 그것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알고 싶다는 욕망의 반영이니까요.
다만 지금까지 많은 비평자들은 마치 상전이 하인을 부리듯, 작품을 '깔아보는' 수단(무기 혹은 권력)으로 비평을 남용해오지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평론가' 라는 타이틀을 단 사람들에게 다수의 독자들이 갖는 반감도 그것에 기인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전통(?)은 누리그물에서도 몇몇 사람들에 의해 무수히 복사(cntr+c)되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요지는 비평다운 비평을 수행하기 이전에 위의 두 가지 케이스를 상기해야 한다는 겁니다.

자기 감상의 절대화와 지식권력화.

누리그물이 대중에게 많은 지식과 권력의 장을 제공해 주었지만 도리어 현실은 권력을 확보한 자(예를 들어 포털사이트나 거대언론사 같은 지식권력)에 의해 대중이 휘둘리는 것처럼-그러나 저는 아직까지도 누리그물의 긍정적인 역능을 믿습니다-누리그물에서의 비평 역시 다른 누군가(작가든 작품이든 독자들이든)를 내 멋대로 휘젓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지식기반사회, 지식기반사회 말만 하기 이전에 한국 같은 튼튼한 인프라 위에서 질적 성장을 만드는 건 다름 아는 대중의 몫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