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지난 주 수요일(16일)에 발표가 났었죠. 디씨인사이드 판타지갤러리에서 주최하고 황금가지에서 후원한 제1회 판타지비평대회가 12월 한달간 비평 응모, 1월달에 우수작을 선정, 16일 발표를 끝으로 단촐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로저 젤라즈니, '내 이름은 콘래드' 서평
로저 젤라즈니, '신들의 사회' 서평
어슐러 K. 르귄, '어둠의 왼손' 서평
전 로저 젤라즈니의 '내 이름은 콘래드'와 '신들의 사회' 그리고 어슐러 K. 르귄의 '어둠의 왼손' 이렇게 세 편을 제출했지요. 결과는 '어둠의 왼손'으로 2등에 해당하는 최우수상을 선정받았습니다.
제대한지 1달 정도 지난 시점에서 비평을 썼는데,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하지만 '내 이름은 콘래드'와 '신들의 사회'는 군대에서 약 1년 정도 전에 읽었던 기억을 더듬어 쓴 것이라 부족한 점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답니다. (;;)
1차 판타지비평대회 심사평은 여기
부족하다 싶은 자료(인명이나 지명 같은)는 인터넷을 뒤지고, '신들의 사회' 같은 경우엔 외대 다니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도서관 책을 빌려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인용했지만, 역시나 심사위원들의 눈은 예리하더군요. 부족한 점-사실은 지나친 점이었다고 해야겠지만!-을 콕 집었을 때 내심 뜨끔했었지요. ^^; '신들의 사회'를 심사위원 분에게 메일로 보낸 시점에서, '어둠의 왼손' 역시 기억에 의존해서 쓰려니 한계가 너무 많아 결국 다시 읽은 뒤에야 키보드를 두드렸습니다.
여기서 심사위원님들에게 한 마디 변명을 드리자면, '내 이름은 콘래드'에서 뉴웨이브에 대한 소개 부분은 그리핀 북스 1기 판본 후기나 여느 웹문서에서 베껴온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저 뉴웨이브에 대해 스스로 아는 부분을 썼던 것인데, 소개가 너무 평범한 탓에 오해를 사게 된 듯 하군요.
어쨌든 확실히 '어둠의 왼손'은 책을 두번째로 읽은 덕분인지 비평을 작성하는 데에 앞선 두 글보다 훨씬 쉬웠습니다. 두 글도 진즉 다시 읽고서 썼어야 했는데, 어차피 비평은 계속 보낼 생각이었고 시작점에 해당하는 글이니 한 번 도전해보자! 싶은 마음에 지나치게 서둘렀던 건 아니었던가 반성하게 됩니다. ^^;;;
사실 여유가 된다면 '어둠의 왼손' 비평을 마친 뒤에는 미하엘 엔데의 '모모'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을 쫓는 모험'까지는 쓸 생각이었습니다. '모모'야 워낙 유명한 환상동화니 그렇다쳐도 무라카미 하루키라니 뭔가 이상하잖아... 싶은 분들도 있겠지만, 저도 그리 많이 읽어본 건 아니지만서도 하루키의 글에서는 팬터지의 냄새가 진하게 나는 것 같아서 말이죠. 적어도 '비평'이라는 기술(technic)을 동원한다면 작품의 팬터지스러운 성향을 집어내는 것도 가능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서 '양을 쫓는 모험' 기획은 떨궈내야 했지만 말이죠.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덕분에 받게 된 상품은 닐 게이먼의 '베오울프'와 J.R.R. 톨킨의 '실마릴리온 1, 2', '위험천만왕국 이야기'. 어제 배송받았어요. 갖고 있는 카메라도 없고 폰캠도 컴퓨터에 연결하자니 대략 시대에 뒤떨어진 인간인지라-_-;; 아쉽게도 사진은 못 보여드리겠군요. 곧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티가나' 1, 2권도 보내준다니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받을 뿐입니다.
다음에 있을 2회 판타지비평대회에서는 질 좋은 비평이 좀 더 많이 올라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무래도 기한도 짧았고 디씨 판갤의 이름이 워낙 여러가지 의미로 유명하다보니(...) 활발한 참여까지는 무리였지만 나름 괜찮은 기획이었어요. 제가 수상하게 된 것도 제 글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운도 좋았기 때문일 뿐이죠. 제 부족한 비평들이 다음회의 예리한 평자들에게 뭇매를 맞아야 된다는 짐을 지게 된 것이 오히려 송구스럽습니다. (...)
부디 다음 판평대도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간과 수고와 돈을 직접 들여가며 수고하신 심사위원 두 분과,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__)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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