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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umfabrik

왓치맨

by parallax view 2009. 3. 18.
1. <왓치맨>. 서울극장에서 화요일 마지막 시간대(7시 40분)에 관람. 개봉 2주 정도 되었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더욱 한산했다. 서울극장 3관 들어가는 길은 항상 불편하다.

2. 오프닝부터 대략 1시간 동안은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1985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냉전기 핵위협을 배경으로 수퍼히어로들의 도움을 받아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승리하고, 닉슨이 재선에 성공한 평행세계의 디테일이 꽤 훌륭했다. 수퍼히어로의 존재가치가 미국 정부의 에이전트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정이 이미 퇴물이 다 된 수퍼히어로들의 회고와 얽히며 개연성을 충실하게 만들어 나갔다.

3. '코미디언'과 관련된 과거의 흔적이 증발한 중반 이후부터는 스토리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감이 있다. 은퇴하여 평범한 인생에 들어선, 일상의 영역과 영웅의 영역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히어로들에 대한 미시적 관찰은 후반부에 이르러 극적 긴장에 짓눌려 버린 것만 같다. 그 외에도 편집을 거친 탓에 미처 설명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4.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이 희화화하고, 박민규가 <지구영웅전설>을 통해 재해석한 80년대 미국 코믹스의 일대 변혁은 20년의 시간이 지난 한국에서 딱히 현실성을 갖기 어려운 것 같다. 호불호가 딱 갈린다는 말 그대로, 80년대 미국의 전반적인 분위기-68혁명의 전율을 지나 패배감과 피로감에 물든 시대-를 어렴풋이나마 알고 공감하지 못한다면 난해할 부분들이 많다. 그러면서도 완전히 오락영화의 길을 걷지도 못했다. 선곡만 더 좋게 했어도 마니아들을 위로했을텐데. 할렐루야.

5. 그럼에도, <300>보다 낫다. 디테일은 더 좋아졌다. 여러모로 제작진의 애착이 느껴졌고, 코믹스와 오락영화에 대한 감독의 사랑이 눈에 띈달까. 밥 딜런의 일대기라기보단 상상적 재해석인 <아임 낫 데어>만큼은 바라지 않지만, 60년대와 80년대-이 사이에 존재하는 20년의 공통기억은 <왓치맨>을 지탱하는 중요한 무게추다-의 고통과 절망을 표현하는 데에 나름 노력을 기울였지만, 글쎄.

6. '로어셰크'가 아니었다면 영화 <왓치맨>은 존재하기 힘들었을 거다.


왓치맨

말린 애커만,제프리 딘 모건,칼라 구기노 / 잭 스나이더
나의 점수 : ★★★★

<다크나이트>와는 다르다. 이건 <왓치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