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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Think

책을 좀 샀습니다.

by parallax view 2008. 12. 21.
학교 생활도서관 서평대회에서 2등한 덕에 받은 도서상품권 5만원어치를 이제야 썼군요. 사실은 1등은 없고 공동2등만 두 명 있었다는 슬픈 전설이... 흑흑.

잘 쓴 서평도 아니어서 분에 넘치긴 합니다만... 뭐랄까, 주최측의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1등이 없다는 평가는 그렇다 쳐도, 당신이 쓴 서평은 단순한 책 소개에 불과하다는 말에 그만 발끈해버렸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러나 어쨌든 기대하지 않은(정말?) 상품을 받았으니 그려려니... 하고 넘어갔습니다.

난 분노를 다스릴 줄 아는 차가운-_- 도시남자. 하지만 내 책들에겐 따뜻하겠지?

...죄송합니다.OTL

여튼, 반디앤루니스 종각점에 가서 일서부터 찾았습니다. 일본으로 건너간 친구가 일서정리는 반디앤루니스가 더 잘 되어있다고 해서요. 아닌 게 아니라 규모는 작았지만 나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더군요. 일서파트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제법 인지도 있는 소설의 문고판들을 진열해 놓았고요. 요즘 렛츠리뷰에서도 나왔던 '나는야, 오타쿠 샐러리맨'도 버젓이 서있었지요. 다른 문고판은 없나 슬그머니 살펴보다가 덕심 충만하신 두 남성 분을(포인트는 검은 백팩) 살짝 피하기도. 동행한 룸메이트는 패미통을 보더니, "아직도 패미통이 나와?!" 라고 말하기도(게임 오타쿠인 주제에!^^;;) 했지요.

무얼 고를까 고민했지만 일단 번역본을 갖고 있는 문고를 택하기로 했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과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근래 들수록 점점 재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예전 책들, 키친이나 티티새, 암리타까지는 나름대로 뭔가 반짝 하고 빛나는 것이 있었는데 말이죠. 엄청나게 재밌다거나 감동적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소중한 것과 소통하고 싶다"는 느낌이 참 예뻤는데, '불륜과 남미' 하고 '아르헨티나 할머니'를 보면서 이젠 글이 예전같지 않구나 싶었어요.

에쿠니 가오리는 오히려 일관된달까요. 그녀의 이야기는 종종 요시모토 바나나와 혼동되지만, 명백히 다른 구석이 있습니다. 에쿠니의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무위(無爲), 말 그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미덕(?)이 있기 때문이죠. 간절함도, 뜨거움도 없습니다. 하지만 필력에 있어서는 에쿠니 씨가 좀 더 끈기가 있어서 작가 맞구나 싶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3년 전부터 요시모토 바나나 책 번역본을 사모았는데 대부분 친구 N의 집에 두어서 몇 권 찾아와야 할 것 같습니다. 티티새, 암리타,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N.P, 하치의 마지막 연인(아, 이건 다른 친구에게 그냥 주었군요-_-;;), 또 뭐 있더라...;;;


정치학 공부를 안 한지 너무 오래된 탓에 프랜시스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라던가, 존 롤스의 '정의론' 등을 읽어야 하겠지만, 가격도 부담스럽고 볼륨도 만만치 않아 잠시 보류.

그보다는 숭실대 정외과 강원택 교수의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를 골랐습니다. 영국의 보수주의 정치가 그토록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집권할 수 있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집권에 대한 강력한 의지(욕망)와 점진적인 개혁/개량이 그 원동력이라는 것이죠.

예전에 군사사 매니아인 periskop 님의 블로그에서 잠깐 서평만 읽었는데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라서 언젠가 읽어야지 생각했지요. 보수주의에 무지하고서 진보정치가 가능한가라는 개인적인 의문에 나름의 답을 줄런지, 일단 읽어봐야겠습니다.

언젠가 한 번 꼭 봐야지 싶었던 것 중 '스타십 트루퍼스'도 골랐습니다. 미스터 SF, 로버트 하인라인이 어떻게 이야기를 펼쳐갈지 기대되네요. 영화가 채 보여주지 못한 부분을 어떻게 보여줄런지. 뭐, 군국주의가 강하다던가 이런저런 논란은 많지만 말이죠. 그러고 보니 두 책 모두 정치적 보수주의를 담고 있네요.


룸메이트도 같이 따라온지라 책 한 권 고르라고 했지요. 녀석은 외대 스페인어과인데, 국내 들어오는 번역본들을 믿을 수 없다며 책 고르는 내내 툴툴댔지요^^; 확실히 언어를 공부하면 할수록, 혹은 전문적인 책을 보면 볼수록 '원서'에 대한 독해능력이 간절해지는 것 같아요.

룸메가 고른 건 주제 사라마구의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 네, 줄리언 무어 주연의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 다음 이야기지요. 집에 '눈먼 자들의 도시'와 '눈뜬 자들의 도시'가 있는데, 도시 이야기 중 두번째 편이 없어서 '눈뜬 자들의 도시'를 여태 못보고 있었다며 골랐지요. 그런데 막상 펼쳐보더니 이거 안 봐도 세번째 작품으로 들어가도 될 것 같더라는...-.-;;

솔직히 일서파트 빼놓고는 반디앤루니스도 책정리는 그저그런 것 같고, 무엇보다도 책의 종수가 적은 것 같았습니다. 영업을 시작한지 거의 4,5년은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오프라인 매장의 규모로는 아무래도 교보문고를 따라가지는 못하는 듯. 하긴 책시장이 워낙 불경기다 보니 규모를 확장하는 것도, 한 매장 안에서 책 종수를 늘리는 것도 무리겠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허전한 매장이라는 건 사실입니다만.

책을 고르는 순간만큼은 항상 즐거워요. 아직 얼마 모으지도 못했음에도 좁은 방안엔 슬슬 책들이 쌓여가지만;;;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건 잠깐. 나중에 이사할 때를 생각하면 귀찮아집니다;; 역시 떠돌이는 짐이 가벼워야 되는데 말이죠.ㅎ

방학도 되고 했으니 알바를 해야 할터. 하지만 틈틈이 책을 보는 재미라도 없으면 세상 어찌 살까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