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창의 소설집 <숨>(김상훈 옮김, 엘리, 2019)을 다 읽었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는 예전에 북스피어판을 읽어서 패스. 표제작 <숨>은 문장이 정갈하니 아름답고,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과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은 각각 시간여행과 다세계 해석을 명민하게 풀어낸다.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은 매체이론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더욱 흥미롭게 볼 단편이다(또한 이 단편에는 우리 기억의 왜곡과 일그러진 자아상을 냉정하게 돌아봄에 따른 섬뜩함이 따라붙는다). 늘 그렇듯 김상훈 선생의 번역에 많이 빚진다.
선집에 일관된 문제의식은 자유의지로 보인다. 우리가 물리적 객체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 주체인 것은 자유의지 때문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그것이 제아무리 허구더라도 우리에게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우리가 해야 할 일>, 95쪽)”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테드 창의 소설을 하드 SF라는 범주로만 독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테드 창은 기술진보 속에서 인간이 겪는 딜레마를 신중하고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결국 소설은 인간이 쓰고 읽는다는 것, 그것을 깊이 인식하고 쓴다는 것에 테드 창 소설의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