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의 『사회주의와 전쟁』(레닌 전집 60 / 아고라, 2017)을 읽었다. 『제국주의』를 처음 읽었을 땐 왜 이렇게 카우츠키를 못 잡아먹어 안달할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레닌에게는 1차 대전 그 자체보다 (제국주의 전쟁은 당시에도 오래전부터 예견되었으니까) '조국 방위'를 위해 국제주의와 프롤레타리아를 팔아먹은 사회주의자들의 행태가 더 충격적이었기에, 겉으로는 혁명을 외치지만 사실상 전쟁에 동조하는 기회주의자들이야말로 격렬하게 성토해야 할 맞상대였다. 레닌은 그들과 전쟁을 벌였으며, 자신이 담론의 전쟁터에 서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언뜻 보면 거칠고 섬세하지 않은 이분법에 기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제국주의 전쟁을 내전으로 전환하라!"와 "혁명을 위해 자국의 패배를 촉구하라!"는 슬로건은 그때도 미친 소리로 들렸을 것이고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장자크 르세르클의 표현을 빌자면 "엄격함과 확고함, 그리고 세심함을 갖춘" 레닌은 당대의 정세를 정확하게 읽고 분명하게 대응할 줄 알았다. 그래서 레닌의 글은 명쾌하다. 쟁점을 애매하게 처리하지도 위트를 첨가한답시고 중언부언하지도 않는다. 글은 이렇게 써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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