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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oice

뼈는 정신이다

by parallax view 2017. 7. 9.
그저께는 "거대한 이론을 창안하지 못해 안달하기보다 차라리, 코앞에 놓인 꽃의 냄새를 맡고 흘러가는 것들 그 자체의 무상함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태도가 훨씬 낫다"고 썼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될 것은, 이론은 세계의 단순한 반영이나 '프레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그 자체의 조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론은 구체적인 사물과 현상을 통과함으로써만, 그런 왜곡과 오독을 거침으로써만 생산되며, 그 자체의 세계를 구축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하세가와 히로시가 『헤겔 정신현상학 입문』에서 설명하는 바를 나름대로 해석하자면) '정신의 모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거대한 이론에 집착하기보다 일상의 사물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는, 누군가 이론을 말하지 않는 그 순간에도 사물은 늘 이론과 함께한다는 데 있다. 헤겔이 말한 것을 뒤집자면, "뼈는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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